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씨 측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표창장 발급 의견서와 관련해 “답변서 작성하는 동안 아마 소설가보다 더 큰 ‘창작의 고뇌’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했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진 전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씨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의견서와 관련한 기사를 링크한 뒤 “소설은 허구라서 그 안에서 내적 개연성만 갖추면 되지만, 법정에 제출하는 답변서는 허구여서는 안 되기에 내적 개연성만이 아니라, 외적 현실과 매칭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썼다.

앞서 정씨 측은 지난 4일 표창장 위조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에 표창장 발급 경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진 전 교수가 링크한 기사에서 해당 매체는 "정 교수 측은 ‘2012년 9월 당시 최 총장이 (딸 조씨에게) 봉사상을 줄 테니 기안을 해서 올리라고 했고, 정식 승인을 받고 정상적인 표창장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는 정씨가 그간 주장해온 바와 모순된다고 했다. 지난해 언론에서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정씨는 “최 총장으로부터 표창장 발급을 위임받았다”고 해명했는데, 이것이 의견서에 담긴 주장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동안 정경심측의 전략은 대략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의 입장과 비슷한 것이었다. 온갖 궤변과 억지로 공소사실의 세세한 부분을 물고늘어지는 것이었다”면서 “일종의 교란작전인데, 재판장이 현명하게 변호인단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다는 얘긴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한 수로 초장에 대마가 잡힌 것”이라고 썼다.

진 전 교수는 “이제 자신이 그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구성해 해명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라며 "이건 남이 하는 말에 트집을 잡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과제다. 없었던 사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야 한다”고 썼다.

진 전 교수는 “답변서 안의 그 스토리가 절대로 답변서 밖의 현실에 존재하는 증거 혹은 사실들과 모순돼서는 안 된다”며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랴부랴 내적 개연성과 외적 대응성을 동시에 갖춰 시나리오를 쓰려다 보니,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 그 동안 법정에서 해왔던 발언과의 정합성까지 갖출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썼다.

진 전 교수는 “아마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신이야 그냥 무에서 세상을 (창조)했지만, 정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것과 모순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끼워맞춰 넣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을 거부하는 게 양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