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위)과 23일 허블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아틀라스 혜성. 각각 30개와 25개로 조각난 것이 확인됐다.

5월 밤하늘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기대했던 아틀라스 혜성(彗星)이 산산조각 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데이비드 제윗 교수와 메릴랜드대 예콴지 박사 연구진은 아틀라스 혜성이 수십 개로 쪼개진 이미지를 최근 공개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난달 20일 촬영한 사진에서 아틀라스 혜성은 30조각이 나 있었다. 23일 찍은 사진에서는 25조각이었다.

혜성은 소행성(小行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휘발성 가스로 이뤄진 꼬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아틀라스 혜성의 공전 주기는 약 6000년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처음 발견됐다. 하와이대 천문연구소의 '아틀라스(ATLAS·소행성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를 통해 처음 확인돼서 아틀라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틀라스 혜성은 현재 금성과 지구 사이 궤도에 있다. 오는 23일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가온다. 31일에는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통과했다가 태양계 외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틀라스 혜성은 금성에 버금가는 밝기로 북반구 밤하늘을 밝힐 대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해 질 무렵 서쪽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4월 초순부터 밝기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에는 혜성의 핵이 쪼개지는 것이 관측됐다. 혜성이 작게 부서지면서 육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자들은 혜성의 파편화가 흔한 현상이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연구하기 어려웠다. 예콴지 박사는 "파편화한 혜성은 대부분 너무 희미해 관측할 수 없다"면서 "아틀라스 혜성과 규모가 비슷한 혜성이 파편화하는 일은 10년에 한두 차례만 일어난다"고 했다.

혜성이 조각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한 가설에 따르면 혜성에서 분출되는 가스가 파편화의 동력이다. 혜성이 태양 가까이 접근하면서 핵의 중심부 얼음이 기체로 바뀌는 승화 현상이 일어난다. 가스가 특정 방향으로 방출되면 혜성이 회전할 수 있다. 이때 회전력과 속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혜성이 부서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