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직 낙하했던 글로벌 증시는 4월에는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 초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주가는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지역·국가별 증시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예상 밖으로 코로나 진원인 중국과 중화권 증시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중국 펀드에서는 해외 펀드 중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 투자자들이 시장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첫날, 코스피 껑충 - 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3.39포인트 오른 1928.76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 수가 줄고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내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왼쪽)와 원·달러 환율.

◇중국·중화권 펀드가 수익률 최고

6일 금융정보분석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펀드 20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지난 4일 기준)이 가장 높은 것은 중국 및 중화권 펀드였다. 수익률은 각각 -4.1%, 1.0%다. 해외 펀드 20개 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화권 펀드가 유일했다. 중국 및 중화권 펀드 중에서도 중국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펀드'와 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차이나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21~26%, 메리츠차이나펀드는 13%대에 달한다. 중국 및 중화권 펀드는 최근 일주일부터 1~3개월 수익률까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中 제외 신흥국 펀드는 울상

반면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다른 주요 신흥국의 올해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브라질과 러시아·인도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44.2%, -26.8 %, -23.5%까지 떨어졌다. 이 밖에 중남미(-41.3%), 신흥 유럽(-30.0%),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27.4%), 베트남(-19.6%) 펀드의 수익률도 매우 저조했다. 중화권 및 중국 펀드를 제외하면 아시아퍼시픽(-5.38%), 친디아(-0.2%), 북미(-6.5%) 등의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코로나 사태에서 선방한 축에 들었다.

투자자들은 펀드 성적표와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들어 중국 펀드에서 가장 많은 돈(-4736억원)을 환매했고, 최악의 수익률을 보인 브라질(27억원)과 러시아(230억원) 펀드에는 돈을 더 집어넣었다.

◇中 증시 선방 요인… 부양책 기대감과 본래 낮았던 주가

코로나 발원인 중국과 중화권 펀드의 선전은 이 지역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초 고점 대비 8%가량 빠지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S&P 500 지수와 유로스톡스50 지수는 각각 올해 고점 대비 16%, 24%나 하락했다.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 지수도 각각 14%, 19%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선방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지난해까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심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탓에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었던 점 등을 꼽는다. 중국은 정부의 대국민 통제력이 강한 나라인 만큼 코로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를 떠받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시장에서는 중국 증시가 이달 21일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까지는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 발표 기대감에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설화 연구원은 "양회 이후에는 증시가 결국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중국 증시는 다음 달까지 횡보 국면을 보이다가 3분기부터 국내외 경기 회복세에 맞춰 다시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