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필드, 연습과 실전, 검색부터 결제까지 골프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통합 플랫폼이 올해 안에 가시화됩니다. '골프의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4일 만난 김영찬(74) 골프존뉴딘그룹 회장은 "가상현실이든 실제 필드에서든 전 세계가 골프존 네트워크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프존 문화제국'을 만드는 게 새로운 20년을 위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달 8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골프존은 현재 국내에서 약 4900개, 해외 63국에서 약 900개의 스크린 골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크린 골프라는 세상에 없던 산업이 20년 만에 국내에서만 매일 약 12만명, 연간 6000만 라운드 이상을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된 것이다. 매일 축적되는 골프존 회원 290만명의 라운드 정보는 12조원 규모의 국내 골프 시장이 탐내는 빅데이터의 '보고(寶庫)'가 됐다.

2002년 10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2470억원까지 늘었다. 내수 침체에도 매출이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김 회장은 "가맹점 매장인 '골프존파크'가 1년 사이 300개 이상 늘었고, 해외 시스템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골퍼를 네트워크로 묶고 싶어"

스크린 골프에서 시작해 골프 산업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한 골프존은 국내 골프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6곳의 골프장을 관리·운영 중이며, 골프연습장과 레슨 프로그램(GDR아카데미·레드베터 아카데미), 누적 상금 100억원을 돌파한 스크린 골프 대회(G투어), 골프장 예약 플랫폼(티스캐너), 스크린 골프 전문 TV 채널, 골프용품 온·오프라인 유통 등에 진출했다. 김 회장은 "제각각 운영되는 사업별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 400만명이 넘는 국내 골프 인구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은 “창업 후 20년 동안 국내 골프 저변을 크게 키웠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연내에 골프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통합 네트워크 플랫폼을 가시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주목받는 '언택트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스크린 골프는 글로벌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골프존은 작년 말 미국 코네티컷주에 스크린 골프와 식음료를 함께 즐기는 '지스트릭트'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선보였고, 올해 9월엔 중국 파트너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중국 시장을 새롭게 공략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장차 사람의 뇌파와 직접 연결되는 스크린 골프가 나올 수도 있다"며 "닌텐도 게임기를 하듯이 자기 집에서 전 세계 접속자들과 가상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도 경영도 거리보다 방향"

김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특권층의 전유물'로 통하던 골프를 대중화하고, 국내 골프 저변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사업부장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가 퇴직, 54세에 골프존을 창업했다.

김 회장은 "노후 준비 차원에서 시작한 게 반응이 괜찮았고, 5년쯤 지나니 사업을 계속 키워야 할지 고민이 컸다"면서 "2005년 강릉에서 우연히 한 스크린 골프 업주를 만난 것이 오늘의 골프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 5개짜리 매장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업주의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회사를 잘못 운영하면 여럿 죽겠더라고요. 자기 밥벌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잘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기업가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 회장은 "비거리가 안 나도 또박또박 치는 골프가 무섭다"며 "기업 경영이나 골프나 거리보다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거리가 짧아도 방향만 맞으면 1타 손해에 그치지만, 장타를 쳐도 방향이 잘못되면 OB(아웃오브바운즈)나 해저드로 순식간에 3~4타를 잃을 수 있어요." 그는 "방향성 없는 기업은 '백돌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골프 실력은 어떨까. 그는 "올 4월 생애 최고 스코어인 2언더파 70타를 쳤다. 에이지 슈터(age shooter·자기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치는 골퍼)라는 목표를 이뤘다"며 웃었다.

'제2의 골프존'을 꿈꾸는 창업자나 벤처기업가들이 '백돌이'가 아닌 '싱글 골퍼' 수준으로 회사를 키우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물었다. "유행에 편승한 창업이 아니라 평생 질리지 않는 일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그다음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고민해야 기업의 자생력이 생깁니다. 열정과 사명감을 동시에 갖춘 스타트업은 어떤 경쟁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