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전 세계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둘째다.

영국 보건부는 5일(현지 시각) 하루 69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집계돼 누적으로 2만9427명이 코로나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모두 2만9315명의 사망자를 발표한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유럽 주요국 사망자 수는 스페인 2만5613명, 프랑스 2만5531명, 독일 6993명 등이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19만4990명으로 세계에서 넷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영국 통계청(ONS) 기준으로는 3만2375명으로, 보건부 집계보다 더 많다. 보건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만 집계하지만 통계청은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의사가 사망 진단서에 기재한 사인(死因)에 '코로나'라는 표현이 들어간 사례를 추가로 집계한다.

이런 상황에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6일 의회에 출석해 오는 10일 봉쇄 조치 완화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가능하다면 다음 주부터 일부 봉쇄 조치가 완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가게의 영업을 중단하는 기존의 봉쇄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애초 영국 정부는 이탈리아보다 2주일, 프랑스보다 일주일 늦게 봉쇄령을 내렸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에 걸려 중환자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영국은 여전히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대중교통에서 의무화한 독일·프랑스에 비해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의 코로나 자문위원인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 교수가 봉쇄령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 5일 자문위원직을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감염병 학자인 퍼거슨은 봉쇄령이 필요하다고 존슨 총리에게 강조해 관철한 인물이다. 그는 봉쇄령 기간에 적어도 두 차례 내연녀를 집에 부른 사실을 인정했다. 내연녀를 집으로 불러 만난 시점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던 퍼거슨이 자가 격리를 마친 직후였다는 점에서 방역 책임자로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퍼거슨의 내연녀는 유부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