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배후 전주(錢主) 의혹을 받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개인 금고에서 55억원의 현금 다발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을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체포했다. 김 전 회장은 측근과 공모해 경기도 버스업체인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체포 당시 경찰은 김 전 회장 등이 머물던 빌라에서 현금 5억3000만원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후 경찰은 나머지 횡령금의 행방을 추궁했고, 김 전 회장은 "서울의 한 물품 보관소에 돈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지난달 말 찾아간 이 물품 보관소에는 김 회장의 대형 개인 금고가 있었다고 한다. 금고 안에는 5만원권으로 가득 찬 캐리어(여행용 가방) 세 개가 있었다. 가방들에 담긴 돈의 액수는 모두 55억원이었다. 김 전 회장은 경찰에서 "55억원 캐리어 가방 세 개를 (개인 금고로) 운반하다가 너무 무거워 허리를 삐끗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서울 성북구의 빌라에 숨기 전에 현금을 모두 들고 갈 수 없어 55억원을 캐리어에 담아 물품 보관소의 대형 개인 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1일 55억원에 빌라에 있던 돈을 합친 60억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조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올 초 재향군인회 상조회에서 빼돌린 290억원 중 100억원이 명동의 한 사채업자에게 건너간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월 컨소시엄을 꾸려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하고, 3월 보람상조에 웃돈 60억원을 얹어 팔았다. 그 과정에서 상조회 내부 자금 290억원도 사라졌다. 그런데 사라진 290억원 중 100억원이 수표 형태로 서울 명동의 한 사채업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돈은 김 전 회장 측이 상조회를 인수하기 전 사채업자에게 빌렸던 돈으로 알려졌다. 사채를 빌려 회사를 사서 수백억원의 내부 자금을 빼먹은 뒤 도주한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범행은 남의 돈으로 회사를 인수해 알맹이를 빼먹고 숨는 전형적인 악질 기업 사냥꾼 행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