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주력 수출산업인 정유 업계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국내 1위 정유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1조7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후 5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에 총 4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12조7774억원) 대비 1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3281억원)보다 2조1033억원이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까지 감안하면 세전(稅前) 손실은 2조472억원에 달한다.

이번 영업손실은 분기 기준으로 1962년 창사 이래 최대치다. 석유 사업에서만 1조636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단기간 국제 유가가 급락해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만 9418억원에 달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서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 제품으로 가공·판매할 때까지 한두 달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기간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재고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정유 업체의 주력인 석유 사업에서 대규모 출혈이 불가피했다.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에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632억원의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였다.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까지 포함하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적자 규모는 총 4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 등 비용을 제외한 것)은 최근 7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완화돼 석유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2분기까지는 적자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