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편법 증여 의혹을 시발점으로 24년간 계속돼 왔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던 비상장기업 삼성에버랜드 CB 62만주를 주당(株當) 7700원씩 총 48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에버랜드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시가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렇게 싸게 발행된 CB를 주주들에게 배정할 때 기존 주주인 제일모직 등은 인수를 포기했고, 총 125만주의 절반을 이 부회장이, 나머지를 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인수했다.

이 부회장은 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에버랜드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돼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기 때문이다. 법학 교수 등 43명은 에버랜드가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CB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겨 경영권을 불법 승계토록 했다며 2000년 이건희 회장 등을 고발했다. 2009년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려 승계 논란은 법적으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2차 경영권 승계 논란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의 비율로 합병했다. 이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일모직은 자산이 삼성물산의 3분의 1, 매출은 5분의 1에 불과한데도 합병 가치는 삼성물산의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룹 신성장사업이던 바이오 사업을 제일모직 자회사로 편입시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은 아파트 건설 사업 등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기업 가치를 일부러 낮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삼성물산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