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4월 판매량(34만1944대)이 작년 동기 대비 -51.6% 감소했다. 미국·유럽·중남미 등 주요국 경제가 사실상 마비돼 공장이 문을 닫고, 대리점이 영업을 중단한 탓이다.

현대차는 4월 전체 글로벌 판매량(15만9079대)이 56.9% 감소했다. 국내 판매(7만1042대)는 신차 출시와 개별소비세 감면 조치로 예년 수준을 지켰지만(-0.5%), 해외 판매량(8만 8037 대)은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3%에 달했던 현대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지난달 55%로 쪼그라들었다.

기아차 역시 쏘렌토 등 신차 효과로 내수 판매(5만361대)가 19.9% 늘었지만, 해외 판매(8만3855대)가 54.9%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량(13만4216대)이 41.1% 감소했다.

한 때(2014~2015년) 연간 800만대를 돌파했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2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700만대는 커녕 650만대를 넘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평택항에 수출 대기 중인 현대차 자동차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GM 역시 판매량이 26.7% 감소했다. 한국GM은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효과로 내수 판매(6706대)가 4.2% 늘었지만, 수출(2만2043대)이 32.8%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XM3 신차 효과로 내수 판매(1만1015대)가 78.4% 늘었지만, 수출(2072대)이 72.5% 급감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4.6% 감소했다.

쌍용차는 내수·수출 모두 40% 이상 감소하며, 전년 동월의 반토막 수준(-46.4%, 6813대)으로 내려 앉았다.

자동차 업계는 2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돼 4월 한달이 증발되다시피했고, 5월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하순부터 유럽 공장, 지난 4일부터 미국 공장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절벽이 지속돼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인도와 중남미(현대 브라질, 기아 멕시코 공장)에선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 적자를 안내는 완성차 업체가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빅3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1분기 적자 발표에 이어 2분기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도 "2분기 적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선 차 판매가 -98%, 영국은 -97%를 기록했다. 영국은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2월(4044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업계의 4월 감소폭은 2009년 금융위기나 1998년 아시아 위기 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실적이 2차 대전 이후 처음 나오는 수치로 기록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