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이번 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가운데, 각당 후보들이 선거 출마를 위해 당에 내는 '기탁금' 액수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후보 1인당 100만원을 내는 반면, 통합당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가 한 조를 이뤄 3000만원을 내야 한다. 통합당 기탁금이 민주당의 30배다. 민주당은 "우리는 최소 비용만 받는다"고 했고, 통합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로 곳간이 텅텅 비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서민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에는 대선·총선 연승으로 사람뿐 아니라 돈도 넘쳐나고, '부자 정당'으로 미운털이 박힌 통합당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기호순) 의원은 최근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에 기탁금 100만원을 냈다. 이 돈은 입후보 신청서, 이력서, 공명선거 서약서, 학력 및 경력 신고서, 후보 대리인 임명장 등 5개 서류와 함께 내는데, 선거 진행 비용으로 쓰인다. 기탁금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내고, 총선·대선 같은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당내 경선 운영을 위해서도 내야 한다. 당마다, 시기마다 액수는 달라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6년 총선 이후 잇따라 선거에 이긴 뒤 기탁금 금액이 많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0대 후보들에게는 아예 기탁금 등을 받지 않았다. 공천이 확정된 20~30대에게는 선거 비용으로 드는 1억~1억5000만원가량의 선거 비용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총선에서 득표율 15%가 넘으면 국가가 선거 비용 전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총선 후 갚으라는 것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2016년 총선 이후 국회 1당이 된 뒤 정당 보조금 등을 넉넉히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4년 전 총선보다 3000만원이 오른 3500만원의 경선기탁금을 받았다. 개방형 경선제 운용과 시민 선거인단 모집에 따른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의당 관계자들은 "그만큼 당의 재정 상태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앞두고 "3000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기탁금이 3000만원이 된 것은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2017년부터다. 한국당은 2017년 대통령 탄핵, 19대 대선 패배 등을 거치면서 재정난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당 소속 기초단체장·지방의원의 수가 대폭 줄어 이들이 내던 '직책 당비' 규모가 줄어들었다. 당세가 쪼그라들자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영등포로 이전했다.

통합당이 원내대표 후보자 기탁금을 아예 받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여당이었던 2013년이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 12월 후보자들의 기탁금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4∼2015년엔 원내대표 후보자는 1000만원, 정책위의장 후보자는 500만원을 내도록 했다. 탄핵 직후인 2017년 기탁금이 3000만원이 된 이후에는 원내대표 후보가 '정책위의장 모시기' 차원에서 전액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당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기탁금 액수도 민주당이 낮다. 이 기탁금도 20억원 안팎의 선거 비용 절반 정도를 후보들에게 나눠서 부담시키는 차원인데, 후보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돌려받지 못한다. 지난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당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기탁금이 각각 9000만원, 4000만원이었다. 최고위원 후보의 경우엔 2016년에 비해 1000만원이 오른 것이었다. 반면, 2019년 통합당 전당대회 당시 기탁금은 당대표 선거 후보자 1억원, 최고위원 선거 후보자는 5000만원이었다. 통합당 관계자는 "우리는 바닥을 드러낸 우물이고, 민주당은 넘치는 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