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0분쯤 서귀포시 서호동에 있는 한 빌라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사고 현장에 있던 A(39)씨와 아내 B(35)씨, 네 살과 다섯 살 딸 등 4명을 발견했다. 119구급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일가족은 안방에 누워 있었다. 일가족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사망했다. 불은 오전 4시 35분쯤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이날 불이 주방 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빌라(112㎡)는 방 3개가 있었는데, 화재 당시 모두 문이 열려 있어 일가족이 잠자던 안방으로 연기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1차 현장 감식을 마쳤다. 불이 난 뒤 일가족이 빌라를 탈출하려 한 정황은 없었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외상도 없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사고 현장은 곳곳이 검게 그을렸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에 있는 환풍기는 검게 탔고, 주변엔 과자 상자가 있다. 벽과 천장이 검게 탄 거실엔 두 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미끄럼틀과 트램펄린이 놓여 있다. 현관문 앞 복도엔 가족이 쓰던 것으로 추정되는 썰매와 우산 등이 널려 있다.

빌라 인근에 살고 있던 A씨 부부의 친인척들은 참혹한 현장을 지켜보고 오열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어린이날에 이런 비극이 벌어지다니 너무 슬프다"며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이었는데 정신을 잃고 실려 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