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최슬기(40)씨는 지난해 입양한 유기견 '테리'와 함께 '개족사진'(개와 가족사진을 합한 신조어)을 찍었다. 1인 가구인 최씨는 "가족이 된 지 1주년을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며 "함께 나이 드는 모습을 남기려 매년 '개족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개린이날'(개+어린이날)을 앞두고 반려견 '테리'와 '개족사진'(개+가족사진)을 찍은 최슬기씨.

반려동물 1000만 시대, 개나 고양이가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다양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보통은 기존 단어에 '멍'이나 '개' '냥' '묘'를 붙여 만든 합성어이지만 의성어·의태어를 활용하거나 한글 모양을 이용해 재치 있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린이날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개린이날'(개+어린이날), '묘린이날'(고양이 묘+어린이날)이기도 하다. 권기연(50)씨 가족은 '개린이날'을 맞아 반려견 둥둥이를 위해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권씨는 "남편은 열빙어, 저는 눈 영양제, 두 딸은 한우곰탕과 통조림을 선물했다"면서 "개린이날엔 애견 카페에 데려간다"고 했다.

성장기에 따라 신조어가 붙는다. '개린이'에서 벗어나면 청소년기인 '개춘기'(개와 사춘기의 합성어)가 온다. 새끼 고양이는 '아깽이(아기 고양이)', 또는 전라도 사투리로 '부스러기'를 뜻하는 '뽀시래기'로 불린다. 나이가 들면 '어르신'과 합친 '묘르신' '개르신'으로 예우를 받는다.

길고양이를 뜻하는 '길냥이'와 관련된 신조어도 많다. '길냥이 줍기'의 줄임말인 '냥줍', 고양이 스스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선택한다는 뜻의 '간택'이란 용어도 쓴다. 기존 단어가 새로운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고양이 시중을 드는 사람은 '집사', 고양이 발바닥의 말랑한 부분은 '젤리'다. 의성어·의태어도 활용된다. 고양이가 한밤중에 갑자기 집 안 곳곳을 뛰어다니는 행동을 '우다다',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는 '골골송'이라 부른다.

'댕댕이'와 '고 미'도 있다. 댕댕이는 강아지를 뜻하는 '멍멍이'와 글자 모양이 비슷해 붙여진 별칭. 고양이 얼굴이나 몸이 네모나게 보였을 때 자음 'ㅇ'을 'ㅁ'으로 바꿔 '고 미'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