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진 사회부 기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다면, 새벽 시간대 서울 양재동 인터넷쇼핑몰 물류센터에 나가보면 된다. 밤샘 배달 아르바이트로 만원짜리 두세 장이라도 가져가려는 '자영업 사장님들'이 모이는 곳이다. 매일 가게 문을 열어놓지만 보름 중 사흘은 손님 구경조차 못 했다는 보드게임 카페 정모(42)씨,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보증금을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 낮에는 사무실로, 밤에는 물류센터로 출근한다는 스킨스쿠버 장비 가게 사장 박모(39)씨가 거기에 있다.

2018년 기준 국민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다. 그 자영업에서, 올해 폐업 점포 지원 사업에 신청한 사람 수가 작년 대비 35% 늘었다. 종업원을 포함해 숙박·음식업소에서만 15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종업원은 잘리면 수입이 '0'이다. 여기에 실업급여가 나온다. 사장님은 마이너스(-)가 된다. 임차료와 최소 인력 고용에 필요한 고정비 지출이 있어 까딱하면 빚더미에 앉는다. 지난달 서울 서초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남부센터'에서 만난 식품제조업자 배영민(71)씨는 "3월에만 직원 두 명을 내보냈다"며 "아직 남은 직원들도 언제 내보낼지 모르지만, 퇴직금이라도 챙겨주려면 돈을 빌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소상공인 긴급대출금을 늘리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휴·폐업한 자영업자 30만명에게는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사장님들 생각은 어떨까. 지난 3월 내내 푸드트럭을 운영해 딱 80만원을 손에 쥔 이모(41)씨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말했다. "비록 막막한 마음에 야간 배달일까지 시작했지만, 그래도 경기가 풀리면 나는 '내 사업'으로 돈을 벌고 싶다." 정부 대책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근본적인 처방으로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 대책은 '한국판 뉴딜'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사실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직접 돈을 쥐여준다'는 본질에서 그간의 소득 주도 성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소득 주도 성장의 결과를 보자면, 지금은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인 것 같지만 사실 이미 작년 4분기까지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 중이었다. 대통령의 "경기가 어떻냐"는 질문에 "거지 같아요"가 나왔던 배경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Insanity)'이란 단어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로 정의했다. 공공 일자리도, 자영업자 대출도 정부가 출범 후 줄곧 해오던 것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경기 그래프를 반등시켜줄 전혀 다른 새로운 처방을, 자영업 사장님들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