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여당과 청와대에서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첫 운을 떼고 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세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중장기 과제"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는데, 여당 최고위원이 다시 불을 지피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과 방법을 마련하는 데 재정이 장애 요소가 된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나랏빚 늘어나는 걱정 따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 효과를 실감했다. 앞으로 이렇게 현금을 뿌리는 정책이 속출할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가장 먼저 나왔을 뿐이다.

민주당은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실직하면 국민 세금으로 생활비를 지급하는 '실업부조'를 먼저 도입한 뒤 고용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단계적인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그냥 검토 차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대략 2770만명인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3월 기준 1370만명으로 절반 정도다. 가입자 대부분이 일반 상용 근로자다. 여기서 빠진 사람들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택배 기사·보험 설계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코로나 같은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다. 이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당연히 위기 때 도움이 된다.

다만 고용보험은 보험이다. 보험료를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률이 1%도 안 된다. 세계적으로 자영업자를 의무 가입시키는 나라도 거의 없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고용보험을 이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면 보험료를 낼 능력이 안 되거나 그럴 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보험료 부담을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게 될 것이다. 그 숫자는 1000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 노동계는 "과감한 세금 투입과 대기업 누진세 부과,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납세자와 기존에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 그리고 대기업이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여권과 노동계 눈에 이들은 돈 나오는 자판기로 보인다. 버튼을 누르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안다.

이미 고용보험기금 상황도 말이 아니다. 3년 전 10조원을 넘던 고용보험기금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실패 여파로 7조원대로 줄었다. 앞으로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한다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세상에는 취지는 좋지만 여력이 안 돼 못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 일을 급하게 밀어붙이면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