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대출 재원이 한 달여 만에 바닥났다.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저신용 소상공인들에게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1차 추경 등을 통해 마련한 3조1000억원이 모두 소진돼 더 이상 빌려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매출 제로(0)' 점포가 속출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속이 탈 노릇이다.

정부는 현재 10조원 규모의 2차 대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재원 조달 대책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들과의 협의 등에 시간이 걸려 아무리 빨라도 18일부터나 대출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심사 절차까지 포함하면 20~30일간의 대출 공백이 불가피하다. 임차료와 종업원 월급 줄 돈조차 없어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가는 소상공인들에게는 긴 시간이다. 그 사이 많은 소상공인이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대출 수요 예측 실패 탓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한정된 재원을 영세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에 집중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선심 정책에 더 신경을 쓴 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애초 '소득 하위 50%'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주는 안(案)을 설계했으나 민주당 압박으로 '소득 하위 70%'로 대상이 늘어나더니 총선 때는 '여당 후보 당선시켜주면 전 국민에게 다 준다'고 확대됐다. 소요 예산이 4조6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코로나 불황 속에서 생활고를 겪는 계층엔 신속한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타격을 입지도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뿌리는 이유가 뭔가. 미국·일본 등의 사례에서 증명됐듯이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대책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전 국민 현금 지급은 정치 논리일 뿐이다. 이렇게 늘어난 4조여원의 막대한 재원을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배정했더라면 20여일간의 대출 중단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초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시작했을 때도 창구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수많은 신청자가 헛걸음하는 혼선이 끊이지 않았다.

그 역시 선거를 앞두고 준비 없이 발표부터 했기 때문이다. 이젠 아예 긴급대출을 한 달 가까이 끊겠다고 한다. 경제 위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고, 위기 대응에 쓸 수 있는 재원은 충분치 않다. 전 국민 현금 뿌리기 같은 세금 낭비를 중단하고 진짜 필요한 취약 계층 중심으로 지원 시스템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