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임기 내내 괴롭힌 '러시아 내통 의혹'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고의적인 함정수사에 당했을 수 있다는 새로운 메모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과 2일(현지 시각) '(FBI의 함정 수사는) 독재국가의 비밀경찰이나 하는 일' 'FBI의 낙인찍기에 모든 미국인이 오싹해야 한다'는 등의 글을 리트윗하며 공세에 나섰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내통 의혹이 오히려 트럼프의 반격 기회가 된 셈이다. 러시아 내통 의혹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대선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정치 공작을 하려 했다는 것을 말한다.

플린은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한 FBI 요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2017년 2월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뒤 24일 만에 물러났고 이후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6년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통화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를 논의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당시 FBI에 그대로 감청됐다. 그러나 플린은 FBI 요원들에게 이 사실을 부인했고, 결국 거짓말 논란으로 물러나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전격 해고했고, 이를 계기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임명돼 2년간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가 실시됐다.

그러나 지난 주말 플린의 변호사들이 FBI 내부 메모를 새롭게 확보해 공개하면서 상황이 3년 만에 급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킴벌리 스트라셀은 지난 1일 FBI의 일선 수사팀은 이미 2017년 1월 초 플린과 키슬랴크의 대화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도 FBI 수사관인 피터 스트르조크는 일선 수사팀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봐, (플린)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다면 아직 하지 마. 7층(FBI 수뇌부를 이르는 말) 관련'이라고 했다. FBI 고위층 관심사이니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E.W. 프리스탭 FBI 전 방첩본부장은 플린 수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수사) 목표는 무엇인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진실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유도해 (플린을) 기소하거나 해고하는 것인가'라고 메모에 썼다. 수사 초기부터 FBI가 플린에게 거짓말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FBI 최고위급인 앤드루 매케이브 당시 부국장이 플린에게 "(수사관 면담에서) 변호사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플린은 백악관으로 찾아온 수사관들을 변호사도 없이 만나 부담없이 말하다가 결국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 함정 수사 의혹이 나오자 트럼프와 공화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데빈 누네스 하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플린이 최상층의 부패한 경찰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3월 FBI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하며 트위터에 "나는 (플린의) 완전한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공세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