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대 피해국 미국과 첫 발생국 중국이 코로나 책임론으로 세게 붙고 있다. 중국 책임론의 핵심은 ▲중국이 초기에 늑장 대응과 은폐로 전 세계적인 피해를 키웠고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것이다.

◇"11월 발생했는데 한 달 이상 은폐"

중국과학원·베이징뇌과학센터 등이 지난 2월 발표한 논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이 아닌 11월 중하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우한시가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 발생"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 12월 말이다. 이 논문이 맞는다면 중국 당국이 적어도 한 달 이상 은폐한 셈이다. 이 논문이 나오자 중국의 주요 연구기관은 '코로나 관련 논문을 엄격 관리한다'고 공지해 사전 검열 논란이 일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아마도 이르면 11월부터 중국 정부에 의해 첫 발병 사례가 포착됐음을 기억해낼 것"이라며 "적어도 12월 중순까지는 (중국 정부가 알았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논문을 보면 코로나가 지난해 11월 처음 발생했고 중국이 12월 말 발표했으니 늦장 보고한 것은 맞는다"며 "다만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선 신종 감염병인 데다 지방정부 보고가 늦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것은 지난 1월 23일이었다. 그때는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을지 모르는 우한 시민 500만명(우한 인구는 1400만명)이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로 빠져나갔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이 코로나에 대처할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발원 은폐·조작 시도"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에 대해 먼저 의문을 제기한 쪽은 사실 중국이었다. 중국 환구시보는 2월 말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들이 사실은 코로나로 숨진 것일 수 있다는 일본 보도를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우한 코로나 발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주목을 받지 못하다 4월 들어 미국 피해가 커지면서 오히려 우한 실험실 유출 의혹으로 발전했다. 4일 호주 데일리텔레그래프가 입수해 공개한, 미국·영국 등 영어권 5국 기밀 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보고서는 좀 더 구체적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위험에 대해 의사들을 침묵시키는 한편 ▲연구실에서 자료를 없앴으며 ▲해외 전문가에게 표본 제공도 막았다며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은폐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는 아직 우한 실험실 기원설에 대한 스모킹 건(확실한 증거)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국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월 24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코로나 발생 이후 정보를 공유해 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중국도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원본 샘플 공개와 우한 실험실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조사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교수는 "원본 샘플과 실험실 바이러스 샘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박쥐에게서 온 것인지, 연구소에서 사람이 조작한 것인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국의 정보 동맹체다.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전 세계 통신을 감청·감시하는 '에셜론'이라는 극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