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내 교통사고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청이 일선 경찰에 '어린이 사고 통계 공개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정보 공개를 차단해 논란이 있는 현안을 외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청은 최소 네 차례 이상 스쿨존 관련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 특히 지난달 22일에는 '어린이 (사고) 통계 및 사고 건수 공개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 민식이법 관련 통계를 숨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시였다. 같은 달 15일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나 중요 사고는 청장님께 보고되니 해당 서는 수사 진행 상황이나 신병 처리 조치 이유 등에 대해 보고 바란다'고 지시했었다.

이달 4일엔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섰다.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과 관련해 "어린이 방지턱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부상 사고는 전년 동기 대비 58%가량 감소했다. 다친 어린이도 54% 정도 줄었다"며 "민식이법이 국민에게 경각심을 준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온라인에선 "애들이 학교를 가야 사고가 나든 말든 할 것 아니냐" 등 비판이 나왔다. 학생들이 등교했던 작년 3~4월과는 달리, 올해는 '온라인 개학'으로 스쿨존을 지나는 어린이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정부·여당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민식이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1월 '국민과 대화'에서 지시했고, 여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끝에 통과·시행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 초기이고 관심이 집중되는 법안인 만큼, 통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정부, 여당을 의식했다는 건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운전자들 사이에선 민식이법에 대한 불만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다. 단순 실수에도 음주운전이나 과속·신호위반 등과 동일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선 스쿨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피하는 내용의 민식이법을 풍자한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고, 스쿨존을 우회하는 기능을 추가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