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군의 정치 개입을 촉구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시위에 또다시 참석해 의회와 사법부를 공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아들의 뇌물 사건이 확대되며 궁지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장외 선동전에 나선 모양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앞줄 왼쪽 둘째) 브라질 대통령이 딸 로라(가운데)와 함께 3일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 시각) “바이러스 확산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반(反) 민주집회에 등장했다”고 전했다. 전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친(親) 보우소나루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법원과 의회의 폐쇄를 주장하고, 1960~80년대 이어진 군사정권 시절 권위주의 조치의 부활을 요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우리는 국민의 편에 선 군대를 갖고 있다”며 “군대는 질서와 민주주의, 자유의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국가를 위한 최선을 원한다”며 “진정한 삼권분립을 원한다”고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도 브라질리아 육군본부 앞에서 열린 군부 개입 지지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었다.

로이터는 “보우소나루는 이날 집회에서 군부의 접수(친위쿠데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면서 “의회와 법원, 언론, 시민 사회의 권한이 강한 브라질에서 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반민주 집회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참석한 것 자체로도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장외 집회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방경찰청장 해임을 비난하며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장관은 지난 2일 대통령의 사법방해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다. 브라질 출신 모델 지젤 번천과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은 아마존 개발로 인한 원주민 위기에 대한 공개 경고 서한도 내놨다.

3일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큰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 같은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집회에 등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약한 독감”이라 부르며 무시하고, “격리 조치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강도 높은 예방조치를 비판해왔다. 브라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2일 저녁까지 9만555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6750명이 사망했다. 남미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