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치러진 지 18일이 지났지만, 미래통합당과 비례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선(先) 통합당 수습, 후(後) 논의' 입장을 견지하며 합당 논의를 미루고 있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3일 본지 통화에서 "통합당과 합당은 반드시 한다"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원 대표는 "합당의 시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며 "합당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가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원 대표는 또 "어떻게 하면 '야당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다"고 했다.

원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당 내에서 제기되는 '독자 교섭단체 구성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선자 열아홉 명을 낸 한국당은 한 석만 더하면 교섭단체 지위(20석 이상)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당이 교섭단체를 만들 경우, 국회 상임위원장직 추가 배분은 물론 한국당 몫으로 국회부의장 한 석도 가져갈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 야당 몫 추천 위원을 통합당과 한 명씩 나눠 갖고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한국당 내에서는 "범여권 견제를 위한 '야당의 역할'을 하려면 독자 정당으로 가는 게 낫다"는 주장이 상당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독자 정당으로 활동하다 대선 직전에 합당하는 방법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무소속 4인방'(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당선자)이 한국당에 우선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통합당 복당의 우회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단독 정당을 만든다면 "또 한 번의 꼼수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간 한국당은 여권의 일방적 선거법 개정 '꼼수'로 '정당방위' 차원에서 만든 총선용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합당을 미룰 경우 국민 반응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4선(選) 이상 통합당 중진 의원 모임에서도 "한국당과 조속히 통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모임 직후 서병수(부산 진갑) 당선자는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이 선거 끝나면 통합될 거라는 전제에서 (한국당에) 투표해준 것"이라며 "통합을 빨리하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