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로 예정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이명수(4선·충남 아산갑), 김태흠(3선·충남 보령·서천) 의원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 권영세(4선·서울 용산)·김기현(4선·울산 남을)·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자 등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선 나흘 전까지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들이 드물어 막판까지 선거 구도조차 나오지 않는 '깜깜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후보 등록일(6~7일)을 앞두고 '눈치 싸움'만 벌이던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불을 붙인 것은 충청권 의원들이었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에겐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할 개척자가 필요하다"면서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간 조기(早期)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김 의원은 "(당 지도체제는) 의원총회에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것"이라며 "김종인 비대위로 다수의 의견이 모이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4선 이상 당선자들 한자리에 - 미래통합당 4선 이상 당선자들이 당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3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여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경태·서병수·박진·이명수·정진석·주호영 당선자.

가장 먼저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4선 고지에 오른 이명수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 지도부 공백 사태부터 빨리 수습해야 한다"면서 경선에 뛰어들었다. 당초 김종인 비대위에 호의적이었던 이 의원은 "(상임전국위원회 무산으로) 비대위 출범이 흐지부지된 상황이라 더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지역구도로 치러졌던 전례와는 달리 '김종인 비대위 찬반(贊反)'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출마 선언에 나선 의원들은 비대위보다는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자강파'에 가까운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 4선(選) 이상 중진 의원들은 주말인 이날 만찬을 하면서 당 진로 등의 현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만찬 직후 서병수(4선·부산진갑) 당선자는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출범 문제는 새 원내대표가 뽑히는 대로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차기 원내지도부는 김종인 비대위 논란 수습뿐만 아니라, 180석 거대 여당에 대항할 원내 전략을 수립할 중책을 맡게 된다. 자천타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당선자들은 자칫 후보가 난립하면서 '감투싸움'으로 비칠까 봐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그룹에선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긍정적이었던 주호영 의원이 이르면 4일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4개월로는 비대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부터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부터 쉽지 않겠지만, 합리적인 선까지는 절대 '예스' 하지 않겠다"고 했다.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당선자도 "무리한 장외 투쟁보다는 품격을 지키면서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21대 당선자의 66.6%(56석)를 차지한 영남권 중진들도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당선자는 "원내대표 선거가 김종인 찬반 투표로 흘러가선 안 된다"면서 "보수당의 가치·노선을 재정립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 과정부터 커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출마를 고심하는 조해진 당선자도 "원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당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한국당이 제3교섭단체가 된다면 협상 테이블에선 야권이 2대1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