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코로나 사태로 중단했던 호텔과 백화점 영업을 4일(현지 시각)부터 재개한다. 이날부터 헝가리도 야외 테이블에서 식당 영업을 허용하고, 슬로베니아 역시 400㎡(121평) 이하 상점의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아직 발이 묶여 있는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에 비해 동유럽 국가들이 봉쇄령을 해제하는 속도가 빠르다.

동유럽이 경제활동을 먼저 재개할 수 있는 이유는 코로나 방역이 서유럽보다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1000명 이상인 나라가 하나도 없다. 2일 기준으로 동유럽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이 나온 나라는 루마니아로 771명이 숨졌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각 2만명 이상 목숨을 잃은 것과 대조적이다.

동유럽 국가가 선방한 이유로는 우선 봉쇄 명령을 신속하게 내렸다는 점이 꼽힌다. 사망자가 23명 발생한 슬로바키아는 유럽에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2월부터 공항에서 발열 체크를 했고, 3월 6일에 일찌감치 학교 폐쇄령을 내렸다. 체코는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지 나흘 만인 3월 16일에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동유럽에서는 의사들이 서유럽으로 대거 떠난 데다 의료 체계가 낙후한 현실을 각국 정부가 평소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강력하게 대응했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이 빨리 이뤄진 것도 도움이 됐다. 체코가 3월 18일 유럽에서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이후 슬로바키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뒤를 이었다. 오랜 공산주의 체제를 겪은 동유럽 사람들이 정부 통제에 잘 따르는 경향이 있는 것도 방역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유럽은 국가가 의료를 책임진다는 방침에 따라 1980년대 이전에 병원 시설을 제법 확보해뒀다. 낡고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의료 시설이 적은 편은 아니다. EU(유럽 연합)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병상으로 볼 때 헝가리(7개), 체코, 폴란드(이상 6.6개), 슬로바키아(5.8개) 등이 이탈리아(3.2개), 스페인(3개), 영국(2.5개)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