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일본의 의료 장비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세탁소에서 쓰는 비닐, 쓰레기봉투 등을 이용해 의료용 가운을 만들어 입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3일 약 900명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간토(關東) 지역의 A 병원이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투명 비닐을 활용해 의료용 가운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병원 직원들이 세탁소에서 배달된 옷 위에 입힌 투명 비닐을 벗긴 후, 이를 가위로 오려서 의료용 가운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의 한 의료 서비스 회사에서 쓰레기봉투로 만든 의료용 가운(큰 사진). 이 회사는 40L짜리 봉투 두 장을 투명테이프로 붙여 가운의 몸통을 만들고, 30L짜리 봉투를 반으로 갈라 옷소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가운의 제작 설명서가 담긴 PDF파일을 일부 의료기관에 보냈으며, 지난달 16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세탁소 비닐로 만든 의료용 가운을 입은 의료진 사진(작은 사진)을 3일 보도하기도 했다. 약 900명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간토(關東)지역 한 병원에서 직접 만들어 입는 가운이다.

코로나 관련 환자를 치료할 때는 반드시 의료용 가운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재고는 줄어들고, 기증된 가운도 부족해지자 세탁소용 비닐을 활용해 만들 수밖에 없게 됐다. 비닐 가운이 어느 정도 안전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신문이 또 전국의 25개 병원을 상대로 의료 장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쓰레기봉투로 가운을 만들고 있다"는 답변도 나왔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시에서 일부 간호사가 의료용 가운이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걸치고 일한 것이 알려졌는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다.

A 병원은 병원에 오는 환자에게 배포하기 위한 마스크도 직원들이 부직포를 이용해 직접 만들고 있다. 페이스 실드(안면 가리개)도 문구용 클리어 파일로 만들어 사용 중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부족한 것은 만들 수밖에 없다"라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A 병원에서는 요즘 의료용 마스크도 씻어서 사용한다. 그동안 이 병원은 의료용 마스크는 무제한 배포했으나 3월부터 배급제로 바뀌었다. 지난달에는 하루에 1장으로 제한한 데 이어서 이달 들어서는 매월 9장으로 줄였다. 의사들이 착용하는 의료용 고기능 마스크 N95도 이번 사태 전에는 사용할 때마다 교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5회 사용 후 교환' 원칙으로 바뀌었다. 마이니치신문의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25개 병원 중 18곳이 마스크, 페이스 실드 등의 의료 장비 부족을 호소했다. 이 조사에서는 "마스크나 가운은 앞으로 1주일 내에 재고가 소진된다" 는 답변도 나왔다.

일본은 3일 현재 크루즈선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환자를 포함, 1만5780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544명이다. NHK는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까지인 코로나 긴급 사태를 이달 31일까지 연장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