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한림대 객원교수

코로나 전담 병원인 대구 동산병원에 자원해 2주간 근무했던 대전 보훈병원의 마흔두 살 간호사 김성덕씨는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전북대 병원 음압 병동에 31일째 입원 중이다〈사진〉. 음성이 두 번 나오면 퇴원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음성이 나온 뒤 네 번이나 연속 양성이 나와 국내 최장 입원 환자가 되고 있다. 그는 "너무 오랜 입원에 지쳐 우울해지고 있지만 대구에 자원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1년 차 간호사인 그는 지난 2월 초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대구에 갈 의료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간이나 가족을 설득했다. 남편은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마음이 편하겠냐"며, 큰딸은 "굳이 엄마가 가야 하느냐"고 말렸다. 김씨는 "지금 아니면 언제 가느냐. 나는 간호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설득했다. 불안해하는 가족을 위해 "대구 다녀온 뒤 고향 동네에서 자가 격리하겠다"고 하고 대구로 출발하기 전날 20여 가구가 사는 고향의 빈집에 옷과 전기 매트, 부탄가스 등 생필품을 사다 놓고 떠났다.

야전병원 같았던 대구의 현장에서 방호복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2주간 근무를 마친 그는 고향 빈집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일주일째 되던 날 갑자기 미열이 났고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하면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환자가 되면서 죄인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고향의 첫 코로나 환자가 돼 고향에 폐를 끼쳤고, 한창 뛰어놀 나이의 중학생 둘째 딸이 외톨이처럼 집에만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구와 주변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딸은 영상 통화에서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라며 오히려 그를 달래준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한국 간호사들을 재발견했다. 김씨처럼 위험한 현장에 가겠다고 자원한 사람이 전체 등록 간호사 21만여 명 중 3900여 명으로 2%에 이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처럼 많은 간호사가 헌신적으로 나서겠는가.

정부 여당은 코로나 모범 방역으로 국민들 평가를 받아 총선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와 자가 격리의 모범을 보여준 그에게 입원 30일이 지나도록 정치권이나 방역당국에선 누구도 위로나 격려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자원봉사 의료진에게 위험수당 주는 것으로 할 일 다한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현재까지 코로나에 감염된 의사·간호사는 모두 10명이다. 이 중 7명이 간호사다. 의료진 감염을 환자 1만774명 중 일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 사망하거나 감염돼 의료 체계가 붕괴하면 이탈리아처럼 환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에게 정부는 위험수당을 주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병실로 차출한 간호사들에겐 위험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는 사스 사태 때 환자 병동에 근무한 모든 사람에게 수당을 2배 지급했다. 대만은 사스 때 간호사 위험수당을 의사의 절반만 지급했으나, 올 코로나 사태 땐 의사와 똑같이 지급하고 있다. 실제 환자를 오랜 시간 가깝게 돌보는 간호사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말로만 '(의료진) 덕분에'를 외치고 간호사를 외면하는 이런 현실에서 앞으로 코로나가 재유행하면 어떤 간호사가 또 손들고 나설까. 김성덕 간호사 같은 '봉사'와 '희생'을 이들에게 바랄 수 있을까. 코로나 환자 평균 입원 기간(15일)보다 2배나 되는 기간을 음압 병동에 입원 중인 그는 퇴원해도 2주간 더 자가 격리한 뒤 본래 병원에 돌아가게 된다. 누가 그에게 우울증이 아닌 예전의 환한 웃음을 되돌려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