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였던 왕기춘(32·사진)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3일 "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일 발부됐다"고 밝혔다. 고소장은 지난 3월 16일 대구수성경찰서에 접수됐다고 한다.

왕기춘은 역대 한국 유도 최연소 세계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다. 용인대 신입생이었던 2007년 세계선수권(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자 73㎏급에서 만 19세3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이듬해인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기대했던 금메달을 놓쳤다. 당시 8강전에서 갈비뼈를 크게 다치고도 투혼을 발휘해 준결승까지 통과했으나, 결승에서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하며 굵은 눈물을 떨궈야 했다.

매트에서 '유도왕'을 꿈꿨던 왕기춘은 장외에선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한 달 전쯤 미니홈피에 좋아하는 여성 가수의 사진을 올리고 특정 부위(엉덩이)를 지목하는 글을 올렸다. 국가대표 선수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왕기춘은 2009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우승 한 달여 만에 폭행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이 여성의 동성 친구와 시비가 붙었다. 서로 "뺨을 맞았다"고 주장하다 나중에 합의하면서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당시 왕기춘은 '유도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잠적하는 소동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도복을 입은 그는 대한유도회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2개월간 주말마다 유도 동호인들에게 무료 강습을 했다.

다양한 업어치기와 굳히기가 특기였던 왕기춘은 2012런던올림픽 때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또다시 부상에 발목 잡히면서 공동 5위에 그쳤다. 이후 그의 이름은 경기력보다는 일탈 행위로 더 자주 오르내렸다. 병역특례에 따른 4주 군사기초훈련을 하러 2013년 12월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했다가 걸려 8일간 영창에서 지내다 강제 퇴소당했다. 2014년 5월엔 모교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 행태를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구설에 시달렸다. 그는 당시 "나도 후배 시절 많이 맞아봤다" "후배가 분명 잘못이 있기 때문에 맞는다고 생각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왕기춘은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은퇴했고, 그해 가을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자기 이름을 브랜드 삼은 '왕기춘 간지 유도관'을 대구·구미·순천 등에 열어 지도자 겸 스포츠 사업인으로 출발했다. 2017년 11월부터는 '국가대표 왕기춘의 실전유도 TV'라는 유튜브 채널(구독자 1만6400명)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