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과 15일까지 합당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당선자 17명 중) 2명은 합당 의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주면 합당 전에 제명해 자기 당으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 공동대표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당을 만들 때 해산 방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민주당과의 합당 방식이 가장 불편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7명을 당선시켰다. 이 중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에서 파견 온 당선자 2명은 민주당이 아닌 본래 자기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2명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당에서 제명해줘야 한다. 그런데 합당한 제명 사유를 찾기 어렵자 이들이 민주당과 시민당의 합당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모양새로 제명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비례당 창당부터 후보 공천, 해산까지 한 편의 코미디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작년 말 제1 야당의 반대에도 군소 야당들과 함께 '4+1' 협의체를 만들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소수당의 국회 진입 길을 넓혀주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비례당 창당에 나서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자신들은 비례당을 만들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자 의석 확보를 위해 시민당을 급조해 개정 선거법을 무력화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는 결과적으로 원내 1·2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1987년 이후 가장 높은 의석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시민당은 각각 163석, 17석을 얻어 180석을 차지했다. 통합당과 그 비례당인 미래한국당은 각각 84석, 19석으로 103석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선거라는 점이지만 거대 정당의 위성 정당 출현을 초래하고 결국 정치 양극화와 거대 양당제의 부활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히려 통합당의 꼼수에 맞서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소수 정당과 함께 비례당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자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 소수 정당 출신 당선자 2명을 제명하는 선에서 위성 정당과 합당에 나섰다.

선거가 임박해 급조하다 보니 시민당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최혜영 비례대표 당선자는 총선 전에 '기초생활비 부당 수급' 의혹에 휘말렸다. 양정숙 당선자는 최근 명의 신탁 등으로 아파트 등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21대 국회가 출범도 하기 전에 시민당에서 제명당했다. 두 당선자는 모두 민주당이 시민당으로 파견한 후보였다. 부실 검증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과 시민당은 뒤늦게 양 당선자를 제명하고 사퇴를 계속 권유하는 등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위해 시민당을 해산하는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우희종 대표는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소속이었던 용혜인, 조정훈 당선자를 본래 당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제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당 당헌은 제명 대상을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명예를 훼손한 당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선자 2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자 시민당은 2명이 합당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식으로 제명 사유를 만들겠다는 셈이다. 민주당은 시민당과의 합당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권리당원 투표를 한다. 합당의 법적 근거를 남기기 위해 시민당 창당 때처럼 당원 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