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중국 책임론'을 거론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중국에 대한 관세 보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구체적인 대중(對中) 보복 방법까지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 코로나 기원설'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코로나를 고리로 미·중 패권 갈등의 전운(戰雲)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왔다는 데 대한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우한 연구실 유래설'은 코로나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발생했다는 의혹이다.

기자들이 다시 그 증거에 대해 묻자 트럼프는 "그건 말할 수 없다. 내가 그걸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지금껏 투명한 척 노력했지만 우리는 (코로나의 발원을) 알아낼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실수로 (코로나 전파를) 했든 고의로 했든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보복 방법과 관련해 "우리는 관세를 (중국에) 부과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대략 1조달러(약 1219조원)에 달한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다시 무역전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이 5500억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조달러는 트럼프 특유의 과장법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미 고위 당국자들이 코로나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을 징벌하거나 재정적 보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보복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도록 중국에 대한 '주권 면제(sovereign immunity)'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WP는 전했다.

주권 면제는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의 피고(또는 피고인)가 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주권 면제'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선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미 의회는 2016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뒤에서 지원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주권 면제'를 결정해, 9·11 희생자 유가족들이 소송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법 학자들은 법안이 통과돼 재판이 열리더라도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피해를 확산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고, 손해배상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다른 방법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부채 의무를 일부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에 대해 "난 다르게 할 것"이라며 "나는 달러의 신성함을 보호하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이 빚을 갚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달러 가치가 흔들릴 수 있어, 이런 방법은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공세적인 움직임은 지지율 하락과도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로선 중국 책임론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계산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중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고, 그 경우 중국의 맞대응을 부를 가능성이 높아 두 강대국 간에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는 지난 29일 밤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10가지 질문에 대해 세계에 답하라"며 반격에 나섰다. 작년 미 육군 전염병 연구소가 일시 폐쇄됐고, 미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와 유사한 전염병 유행 시나리오를 작성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이다. 이는 그간 인터넷 등에서 미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됐다는 '미국 기원설' 주장의 근거가 됐던 이야기들이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 NBC방송 인터뷰 등에서 "미국의 일부 정치인이 전염병을 이용해 중국을 헐뜯는 데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