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408쪽|1만6500원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해온 저자가 건축가다운 시선으로 동서양 문명사의 흐름을 추적한다. “건축은 한 시대의 지혜와 집단의 의지가 합쳐진 결정체로, 시대와 사회를 대변한다.”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가 건축에 나타난다. 서양에선 개인의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다. 건축도 벽을 둘러서 외부와 구분된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동양에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 건축도 안과 밖의 관계 형성이 관심사였다. 예컨대 기둥 사이가 훤하게 터진 한옥 대청이 '동양적' 공간인 것은 액자처럼 바깥 풍경을 담아 실내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동서양 문화가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르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 건축의 5원칙’ 중 첫째인 필로티(기둥 위에 건축물을 올리는 방식)는 주춧돌 위로 집을 띄워 습기를 막는 한옥과 일맥상통하는 방식이었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 전통 공간 감각에 기하학적인 서양식 디자인을 응용해 거장 반열에 올랐다. 상반된 생각이 만나 불꽃이 튈 때 창의(創意)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