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연대생에게 “카페에 가서 수업을 들으라”며 사비(私費)로 카페 이용료를 쾌척한 시간 강사의 선행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이버 강의로만 만난 사제(師弟) 간의 온정에 네티즌들은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같은 따뜻한 사연은 제자가 온라인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지난달 29일 밤 연세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최미호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입금 내역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스스로 “반지하 집에 살면서 옆집 무선 인터넷을 빌려쓰는 처지”라고 고백하며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대학 강의에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썼다.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다 보니 온라인 수업에 지각하거나 수업 도중 튕겨서 조퇴 처리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학생은 집안 형편상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카페에 가서 공부할 처지는 못 된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교수님이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비용을 보내주셨다”며 “꼭 성공해서 나처럼 돈 때문에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없게 돕겠다”고 썼다.

이 글쓴이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수님이 직접 번호를 구해 전화를 주셨다”며 “상황을 듣고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카페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커피 값을 보내주고 싶다는 제안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한사코 사양했지만 해당 교수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일이다.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 대단한 일도 아니니 받아주면 좋겠다”며 거듭 권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주저하는 학생에게 “대신 이번 학기 수업은 A+를 받아야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교수의 도움을 받은 학생은 곧바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교수님께 이런 도움을 받아보는 게 처음”이라며 “이런 교수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과는 실제로 온라인 강의를 제외하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라며 “장학금 받으려고 온갖 서류 준비하면서 고생하던 기억이 많은데 교수님은 저에게 어떤 증명 서류도 요구하지 않고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 글에 등장하는 최미호 교수는 전임교원이 아니라 작년 가을학기부터 2학기째 연세대에 출강중인 시간 강사다. 최미호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별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화제가 됐다는 게 놀랍다. 70년대생으로 내가 공부할 때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또 “요즘 젊은이들이 사소한 일에도 감동받을 정도로 각박하게 살아온 것 같아 오히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연세대 학내 커뮤니티에서 20분 만에 좋아요 1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이틀 만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학생들은 “이게 대학이고 참 교수님이다” “괜히 내가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