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엿새간 이어지는 '4말 5초'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제주국제공항 인근 국숫집에는 여행 가방을 끌고 온 관광객들로 대기 줄이 이어졌다. 30분은 기다린 뒤에야 식사 순번이 돌아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사라졌던 맛집 대기 줄이 황금연휴를 맞아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날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은 최모(48)씨는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23번째 대기표를 받아 기다려야 하지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즐겁다"고 말했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보거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당초 예상했던 18만명보다 5만명이 늘어난 23만명이 이번 연휴 기간에 제주를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황금연휴 첫날이자 부천님오신날인 30일 제주와 강원 동해안 등 전국 주요 관광지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항공기가 도착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여행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연휴 전날인 4월 29일 3만6587명, 30일 4만500여 명이 제주를 찾았다. 관광협회는 "당초 예상 18만명보다 5만명이 늘어난 23만명이 이번 연휴에 제주를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 항공편은 연휴 기간에 하루 평균 430편이 운항할 예정으로, 코로나 이전의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제주도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특별 입도 절차를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발열 검사의 이상 기준 체온을 기존 37.5도에서 37.3도로 낮췄다. 모든 제주 방문객은 공항 도착 터미널에서 한 줄 서기를 통해 일대일 발열 검사를 실시한다.

강원 강릉과 속초 등 주요 관광지 숙박업소도 대부분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이날 하루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5500명이 찾았다.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전남 담양군도 이날 종일 차량 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차량으로 20여 분 떨어진 담양군은 죽녹원, 관방제림 산책로, 메타세쿼이아길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특히 담양천변 국수거리의 야외 테이블에도 빼곡하게 자리가 들어찼다. 일부 관광객은 수십 분씩 기다렸다가 겨우 착석하기도 했다. 김상윤(44·광주 산월동)씨는 "제주도는 항공편 잡기가 어려워 근교로 나들이 나왔는데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잠시 문을 닫았던 충북 청주의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5000여 명이 찾았다. 코로나 이전 주말 평균 관광객을 넘어섰다. 이날 청남대를 찾은 김현경(38)씨는 "날이 좋은데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었는데 황금연휴 첫날이라 가족과 함께 나왔다"라며 "아이들이 오랜만의 나들이에 너무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자리 없는 부산행 KTX - 30일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KTX열차 좌석이 승객들로 꽉 차 있다. 코레일은 이날 KTX만 6만7000석 이상 예매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날 서울역은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대합실과 승강장, 역사 내 식당에 이용객이 가득해 서로 1m 이상 떨어지는 '생활 속 거리 두기'는 불가능했다. 코레일은 이번 연휴 기간 열차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관광객 이용률이 높은 KTX-산천 열차에 객차 여덟 칸을 추가 연결하고, 창가 쪽 좌석을 먼저 배정했다. 그러나 오전 서울역을 출발하는 대부분의 열차가 매진 상태로 객석이 가득 찼다. 코레일은 30일 하루 KTX만 6만7000여 석 예매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고속도로도 나들이객이 몰리며 정체를 빚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을 출발한 차량은 강릉 요금소까지 6시간 30분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평소 소요 시간의 세 배 이상이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하행선 정체 상황은 정오에 절정에 달했다가 차츰 풀려 오후 6시쯤 해소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연휴 기간 하루 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이 452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이 몰리는 2일에는 교통량이 최대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0일 "긴 연휴 기간 동안 꼭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과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잘 지켜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