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한 학술 대회가 열린다는 안내문을 이메일로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니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던 행사가 재개되나 싶었다. 관심 있는 주제여서 참석하려고 봤는데 안내문에 날짜와 시간만 있고 장소가 없었다. 자세히 보니 ‘웨비나(webinar)’라고 돼 있었다. 웹(web)에서 열리는 세미나(seminar)를 줄인 말이다.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비대면(非對面) 행사였다.

▶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중순 유튜브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 콘서트가 다 취소되자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란 뜻의 '방방콘'을 준비해 하루 열두 시간씩, 이틀에 걸쳐 내보냈다. 지난 몇 년간의 해외 공연을 망라하면서 멤버들이 친근한 일상의 모습도 보여주는 구성이었는데 총 조회 수가 5000만을 넘고,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동시 접속자 수가 224만명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새롭게 뜬 단어가 '언택트(untact)'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비대면 기술의 확산을 보여주는 신조어로 영어 단어 콘택트(contact·접촉)에서 착안해 2년여 전 만들었는데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압축하는 유행어가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콕 틀어박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 채로 근무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듣고, 쇼핑도 하고, 각종 문화생활도 온라인으로 즐기는 언택트 문화가 급속히 뿌리내렸다.

▶이 비대면의 일상화는 전 세계 산업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포브스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에는 언택트 산업의 강자들이 신흥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의 창업자, 인도의 온라인 교육 앱 개발자, 러시아의 온라인 게임 업체를 창업한 형제, 네덜란드의 음식 배달업 대표 같은 이들이다. 미국에서 대량 실업이 쏟아지고 10년 만에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와중에도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는 1분기 매출이 15%, 영업이익은 25%나 늘었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같은 미국의 IT 공룡들은 언택트 산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꽉 막혔는데, 국내 개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코로나 이후 강자가 될 혁신 기업을 찾아나선 모험 여행이다. 결국 한국 경제도 코로나 이후 언택트 산업의 강자로 우뚝 설 혁신 기업을 얼마나 발 빠르게 키워내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