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인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모든 삶이 바뀌었다. 주말에 영화관을 찾는 대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고, 축구를 보고 싶을 때는 유튜브에서 지난 경기를 시청한다. 외식 대신 배달앱을 통해 밥상을 차리고, 초등학생 아들은 TV와 인터넷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회사 회의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이나 그룹 전화로 한다.

아기도 화상회의 '줌' 통해 가족과 첫인사 - 미국 코네티컷주의 한 병원에서 한 임시 보호자가 갓 태어난 아기를 온라인 화상 플랫폼인 줌을 통해 가족에게 보여 주고 있다. 아기 엄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가 출산했다. 아이의 아버지와 일곱 살 된 형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격리 중이라 아기는 가족과 온라인으로 첫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인간이 소비하고, 교육받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세계 곳곳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면서 오프라인 활동 대신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서비스 회사들이 코로나에 휘청이지만 IT를 무기로 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테크 회사에 코로나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미 경제분석국은 "미국 GDP의 8%를 차지하는 디지털 경제 규모가 코로나 사태로 빠르게 확대되며 내년까지 9.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언택트 기업 급성장

113년 역사의 미국 백화점 니먼마커스는 1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탓에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1902년 설립된 중저가형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62년 된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최근 투자은행과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반면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올 들어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아마존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원 17만5000명을 새로 뽑았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 조치로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스타트업 화상회의 플랫폼 줌 커뮤니케이션은 올 들어 주가가 130% 급등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이었는데 3월 말 2억명으로 폭증했고, 4월에는 20일 만에 1억명이 추가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툴인 '팀즈'와 기업용 메신저 '슬랙'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3월 팀즈 이용 건수는 1000% 이상 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온라인 콘텐츠 공유)인 '디즈니+'는 작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5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했다. 경쟁 업체인 넷플릭스가 10년 동안 모은 가입자가 5000만명이다. 디즈니+는 최근 2개월간 2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회원끼리 실시간 동영상을 공유하는 국내 회사 네이버의 밴드도 미국에서 월간 이용자(MAU)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에만 24만명이 급증했다.

◇데이터 사용 급증하며 반도체도 선방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언택트 경제는 데이터 사용량을 급증시킬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사용 총량은 2016년 16ZB(제타바이트·1조 기가바이트)에서 2025년 163ZB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는 이러한 증가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 인텔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69% 증가한 70억달러(약 8조5300억원)를 기록했다. 대용량 데이터 저장 서비스(클라우드)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IT 업계는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29일 콘퍼런스콜에서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코로나 확산에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에 따른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늘면서 이익이 소폭 개선됐다"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되면 언택트도 영향"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언택트 산업은 지속해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삶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던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를 통해 온라인 언택트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학습했고, 이를 더욱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어떤 혁신이 일어나기 전까진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로운 방식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었고 언택트 서비스 활용 빈도는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언택트 서비스 업체나 반도체 업체도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올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7년 10월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온라인 기반 기술 확산을 지칭하며 처음 쓴 단어다. 정확한 영문법에 따른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후 국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