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있는 동물복지 인증 농가인 제일종축농장. ICT(정보통신기술) 적용 시스템을 갖춘 이 농장은 돼지에게 가장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초록색 '동물 복지' 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닭 가슴살, 안심살, 다리살 등 닭고기 수십종이 진열돼 있었다. 이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엔 일반 상품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마트 점원은 "동물 복지 계란과 돼지고기도 있다"며 "스트레스 없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을 최대한 고통 없이 도축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세상은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그 이후의 AC(After Corona) 시대로 나뉜다'는 말이 등장했다. 식료품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안전을 고려해 친환경 식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한 유기농을 넘어 사육 환경까지 철저하게 따지는 이들이 늘었다. 유통 업계도 동물 친화적인 환경에서 키운 '동물 복지' 육류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동물 복지' 육류 관심 껑충

지난 2~3월 롯데마트에선 닭고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다. 하지만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닭고기만 30% 이상 판매가 늘었다. '동물 복지' 인증은 △낮은 사육 밀도 △차량 탑승·하차 시 구타·전기 충격기 사용 금지 △고통을 유발하는 도축 작업 금지 등 각종 심사를 거쳐 정부가 주는 것이다.

롯데마트 윤지영 축산팀장은 "현재 국내에서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닭 농가는 약 100곳, 돼지 농가는 20곳에 불과해 일반 상품보다 30% 이상 비싼데도 코로나 사태를 뚫고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 제품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을 계기로 계란과 닭고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최근엔 '동물 복지' 마크가 붙은 돼지고기·우유도 등장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동물 복지 인증 농장 262곳은 계란(55%)과 닭고기(34%), 돼지고기(6.9%), 우유(4.2%) 등이다.

식품 기업들도 이 제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글로벌 정책에 맞춰 2025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계란을 동물 복지 계란으로 바꿀 계획이다. 풀무원식품도 1000억원 규모 식용란 사업에서 동물 복지 상품 비율을 올해 30%까지 늘리고, 8년 안에 전체 계란 상품을 동물 복지 상품으로 바꾸기로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자담치킨은 동물 복지 육계 농장인 참프레와 손잡고 '동물 복지 치킨'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돼지고기와 우유도 동물 복지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 생활을 통해 식품 안전을 더욱 예민하게 챙기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중국 우한 재래시장의 식용 야생동물 거래 과정에서 확산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소비자가 음식에 관해 재고하게 됐다"며 "이런 변화는 소비하는 음식 종류부터 수확·생산·준비·저장 과정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통 업계도 대대적으로 '동물 복지'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에서는 이달 말까지 친환경·동물 복지 상품 130여 종을 판매하는 '지속 가능한 식탁' 기획전을 연다. 마켓컬리는 지난 2월 동물 복지 젖소 농장에서 생산한 자체 브랜드(PB) 우유를 주력 상품으로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착유 일자를 기재해 소비자가 신선도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일반 기본 우유보다 30% 이상 비싸지만, 출시 두 달 만에 5만개 이상 팔렸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수퍼마켓인 PK마켓 등도 동물 복지 돼지고기 취급량을 늘리고 있다.

동물 복지를 향한 관심은 식품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시'는 헤어 트리트먼트, 마스크 팩에 들어가던 '동물 복지 계란'마저도 닭의 복지를 위해 쓰지 않겠다고 발표해 최근 화제가 됐다.

☞동물 복지 인증

대량 밀집 사육으로 생산한 육류가 인체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에 따라 도입한 정부 인증제도. 동물 고유 습성을 최대한 유지하고, 넓은 사육 공간을 확보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 등을 활용하는지 심사한다. 사육, 운송, 도축 단계를 점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서를 발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