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 5억원 넘는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평균 1억8307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아파트 값이 대출받은 돈의 절반이 넘는 1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비싼 집일수록 가격 상승 폭이 커서, 평균 2억원을 대출해 7억 넘는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매입 후 집값이 대출금의 84%인 1억6529만원 올랐다.

27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이런 내용을 담은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펴냈다.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소득수준별 소비·지출 행태와 자산 분석 등이 담겨 있다.

◇비싼 집 샀을수록 돈 더 벌었다

조사 대상자 중 2017~2019년에 집을 샀다는 사람은 11%(1096명). 이 중 85%가 아파트를 샀다. 왜 집을 샀는지 물었더니 서울에 있는 집을 산 사람은 '향후 투자 가치'(22.1%)를 첫째 이유로 꼽았다.

이 중 대부분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평균 4억7082만원짜리를 샀고, 이 집값이 21.5%(1억112만원) 오른 5억7194만원이 됐다고 답했다. 다만 설문 시점이 지난해 9~10월이어서 코로나 사태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되는 추세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들은 조사 당시에 "3년 안에 아파트 값이 20% 이상 더 오른다면 팔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1억원 이하 아파트를 산 사람은 구매 대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했지만, 이들이 산 아파트 값은 9% 오르는 데 그쳤다. 3년 사이 매입한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14%)에 못 미친다. 조사를 진행한 신한은행 문성기 수석은 "소득이 높고 담보 여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최근 3년 새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이라며 "다만 작년 말 나온 12·16 대책으로 고가(高價) 아파트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고소득-저소득층 가른 것도 부동산

가구 소득별로 지난 1년 새 자산과 부채가 각각 얼마나 늘었는지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자산보다 빚이 많이 늘었다. 소득 하위 20%(월 소득 189만원)인 1구간 응답자들은 자산이 225만원 늘어나는 동안 빚은 972만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 상승률은 2.4%, 부채 상승률은 36.4%에 달한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부채보단 자산이 더 많이 늘어 소득 4구간(월소득 566만원)은 지난해 빚이 768만원 늘었지만 자산은 3736만원이나 늘었다.

총자산은 1구간이 평균 9592만원, 5구간이 8억8294만원으로 상위 20%의 총자산이 하위 20%의 9.2배 수준이었다.

자산 구성 면면을 보면 역시 부동산이 차이를 갈랐다. 총자산 중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은 소득이 높을수록 규모가 크고 2019년 대비 자산 가치 상승 폭도 컸다.

2019년 기준 소득 1구간과 2구간 모두 2018년 대비 부동산 자산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중간소득 계층인 3구간부터는 2018년 대비 부동산 자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 3구간은 1557만원 증가한 2억8162만원, 4구간은 2818만원 증가한 4억848만원, 5구간은 3126만원 증가한 6억9433만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가구소득 1구간과 5구간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1.6배에서 2019년 12.3배로 더욱 벌어졌다.

◇입사 동기 축의금은 10만원, 부모님 환갑엔 50만원

한편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2030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엿봤다. 직장 경력 2년 미만인 25~34세 남녀(600명)를 '사회 초년생'으로, 경력 3년 이상 30~39세 남녀(400명)를 '직장인 선배'로 구분해 답을 구했다.

먼저 부모님 용돈. 응답자들은 입사 후 첫 월급을 받아서 부모님께 평균 30만원을 용돈으로 드렸다고 답했다. 매월 생활비를 드리는 경우는 20만원이 적당하다고 봤다. 명절에는 용돈 수준인 20만원을, 생신 때는 30만원을 추가로 드리는 게 좋다는 응답이 많았다. 평소 20만원씩 드렸다면 환갑·칠순에는 50만원을, 해외여행을 가실 때도 5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직장인 선배들은 조부모상, 시부모상, 빙부·빙모상은 봉투로 성의를 표현해도 괜찮지만, 직계가족 조사(弔事)에는 가급적 직접 참석해서 위로를 전달하는 게 좋다고 응답했다. 가장 고민이 되는 부의금 액수는 동료 부모상엔 5만원을 한다는 경우가 52%, 10만원이 44%였다. 축의금은 입사 동기라면 10만원을 한다는 응답자가 65%로 5만원(28%)보다 확실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