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빛나는 5월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을 비롯한 코로나19 방역팀과 의료진에게 휴가를 허하자. 신규 확진자 수가 지금 수준으로만 유지된다면 2진으로 교대하더라도 그동안 다듬은 ‘K방역 시스템’이 너끈히 막아 낼 수 있다. 그들이 잠시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생활 방역 준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상황이 안정되자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산불도 진화된 줄 알고 방심하면 잔불이 되살아나기 십상인데 바이러스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1918~1919년 줄잡아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은 2차 유행 규모가 1차의 5배를 웃돌았다. 2009년 신종플루 때에도 2차 대유행이 더 강력했다. 산불과 달리 바이러스는 완벽한 박멸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 많은 전염성 바이러스 중에서 현대 의학이 퇴치에 성공한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 하나뿐이다.

코로나19는 재유행 가능성이 특별히 높다. 초기 증상이 지극히 미약해 감염된 줄 모르고 마구 전파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에나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대유행을 염려해 그때까지 '집콕' 생활을 마냥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뉴스에서 인도 뉴델리 시민이 "이대로 굶어 죽느니 차라리 배불리 먹고 병 걸려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질병 퇴치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경제가 무너져 사회가 붕괴하면 그건 결코 바람직한 방역이 아니다.

2차 대유행을 예측하는 수학 모델은 대체로 우리 방역의 효율성을 변수로 잡지 않았다. 바이러스 창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발 빠르게 ‘K방역 시스템’을 가동하면 된다. 방역 당국은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국민은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따르면 쉽사리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이제 시스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