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자푸토바 대통령의 마스크패션

자줏빛 원피스에 자줏빛 마스크…. 지난 3월 슬로바키아의 주자나 차푸토바 대통령이 내각 총리를 임명하는 자리에서 보여 준 마스크 패션에 유럽이 열광했다. 공식 인스타그램엔 ‘좋아요’만 2만 9000개 가까이 달렸다. 프랑스에서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마린 세르가 지난 시즌부터 선보인 마스크 패션도 슬로바키아 대통령처럼 의상과 같은 패턴의 디자인으로 통일성을 꾀한 바 있다. 스웨덴 유명 마스크 브랜드 에어리넘과 협업한 마린 세르의 필터 마스크는 30만원이 넘는 가격인데도 ‘완판’됐다.

마린세르 2020~2021 가을겨울

그동안 각종 기후변화와 미세 먼지·전쟁 등을 경고하며 ‘마스크 패션’이 패션쇼 무대에 상징적으로 오른 적은 있지만, 최근 들어서 마스크 패션은 일상이 되고 있다. 어차피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라면 좀 더 개성을 담자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수염이 있는 사람은 수염 그림을 그려 놓은 마스크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거나 리히텐슈타인 같은 현대미술 작품을 프린트해 익살스러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가리켜 ‘코로나 바이러스 쿠튀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식빵으로 된 마스크 패션. 마스크 테라피스트 brainsinking 인스타그램

또 해외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 구찌, 프라다 등이 옷을 만드는 대신 마스크 수백만 장을 만들어 지역사회 등에 기부하자, 여기서 착안해 ‘명품 리폼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팬들도 생겼다. 가방이나 신발 등을 살 때 딸려 오는 더스트백(dust bag; 먼지와 습기를 방지하는 주머니)을 잘라 꿰매는 식이다. 더스트 백에 붙은 브랜드 로고를 살리는 건 기본이다.

미국 뉴욕 패션 디렉터 제니 월큰의 더스트백 마스크

마스크가 메시지를 담는 창구로 인식되면서 각종 캠페인의 도구도 된다. 최근 미국 유니버설 뮤직은 ‘We’ve Got You Covered(우리가 도와줄게)’란 프로젝트 이름으로 블랙핑크·빌리 아일리시·저스틴 비버 등의 공식 로고를 단 15달러짜리 마스크를 판매했다. 수익금은 코로나로 고통받는 음악인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전액 기부한다. 국내에선 마스크 등에 ‘스트롱 투게더 챌린지’란 글자를 써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인기다.

미국 유니버설 뮤직이 기부를 위해 마련한 블랙핑크 로고 마스크

마스크 패션이 인기를 끌다 보니 “원조는 K 팝 아이돌”이라고 조명하는 해외 매체들도 늘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 의상으로 팝 스타인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물론 산다라 박 등 K팝 스타를 ‘단골’로 둔 국내 패션디자이너 박윤희가 최근 영국 로이터에 “G드래곤 등 K팝 스타들이 색색의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마스크 패션은 K 패션의 상징이 됐다”고 밝히자, 영국 인디펜던트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K-마스크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 한국 패션계를 조명하려는 요청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윤희 디자이너의 패턴 있는 의상과 마스크
박윤희 디자이너(오른쪽)의 패턴 마스크를 착용한 가수 산다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