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알고 있다.” “선거 끝나고 얘기하자.”

지난 19일 자기 비서관의 부부강간과 가정폭력 등에 관한 의혹 제기에 “몰랐다”고 했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사실은 그로부터 열흘 전 이미 해당 문제에 대한 탄원을 받았으며,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18일 김 의원 비서관의 아내 A씨가 인터넷에 ‘남편의 가정폭력과 부부 강간으로 망가진 제 인생,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글에서 “남편이 6년의 결혼생활 내내 폭행을 휘두르며 성관계를 강요해왔다” “결혼 전 남편으로부터 강간당해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성병이 옮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자신의 남편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밑에서 일하는 비서관이자 명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파문이 일자 김 의원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으로 바빠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이 일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날 해당 비서관을 면직 처리했다.

그러자 A씨 측이 김 의원과의 4월10일 면담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24일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원서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A씨 어머니에게 “(청원서를) 봤다” “절박하니까 오신 것은 알겠지만 선거가 코앞이니 선거가 끝나고 얘기하자”며 “4월 넷째 주에 날을 잡아보자”고 했다. 김 의원은 “일주일 전에 (가정폭력) 일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23일 이에 대한 본지 해명 요청에 “제가 대답할 게 아니다”며 전화를 끊었다.

본지 해명에 답하지 않은 김 의원은 그 이튿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수사결과 명명백백하게 진위가 밝혀지기를 기다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많은 분들이 입장 표명을 요구하셨지만 지금까지 못한 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제 입장을 밝힐 경우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침묵을 유지했다”고 했다. “조사권도 없는 제가 두 사람밖 에 알 수 없는 극히 은밀하고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해당 비서관은 “아내(A씨)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선거 캠프에도 관련 내용을 미리 알렸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