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올가을에 더 교활해지고 더 세져서 돌아옵니다. 반드시."

감염병과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2차 대유행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초기 유행 이후 2차 유행을 피하기 어렵다고 의료계는 전망한다. 요즘 각 분야서 '포스트(post·지나감을 의미)' 코로나라는 말이 나오지만,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온고잉(on going·계속됨)' 코로나 시대라는 것이다.

◇남반구에서 변이돼 돌아올 가능성 높아

현재 코로나 팬데믹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지구 북반구 국가들에서 많은 감염자를 내고 있다. 이러다 여름에는 바이러스가 겨울인 남반구로 넘어가게 된다. 벌써부터 가을로 접어든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지역서 감염자가 늘고 있다. 이 과정서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변이를 해 나간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남반구서 사람의 면역을 회피하는 새로운 변이가 생기고 그것이 북반구에 가을이 왔을 때 위로 넘어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훨씬 전파력이 센 바이러스가 되어 2차 대유행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는 가을과 겨울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바이러스는 기온 5도와 습도 20% 정도의 환경에 있을 때 기온 20도, 습도 50%일 때보다 생존 기간이 두 배 정도 길어진다. 기침하거나 말할 때 감염자의 몸 밖으로 나온 침방울 속 바이러스가 책상이나 손잡이에 묻었을 때, 현재는 2~3일인 생존 기간이 겨울에는 최대 일주일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변이 잦아 백신 개발 어려워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이번 1차 유행에서 집단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그 사회에 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으려면 감염병을 앓고 나서 항체를 획득한 사람이 전체 구성원의 70% 이상은 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1만702명으로, 전체 인구로 치면 감염자가 5000명 중 한 명꼴이다. 대구서 7000명 가까이 감염자가 나왔지만, 인구 대비 0.3%도 안 된다. 언제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습하면 누구나 면역 없이 당하는 상황이다.

집단면역을 일시에 획득하려면 백신이 있어야 하는데, 백신 개발은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이제 안전성 테스트 단계인 임상 시험 1상 중이다.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같은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백신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며 "사실상 올겨울까지 대규모 백신 접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RNA 유형인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경우, 미국서 20여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백신 개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감염병 대유행 대비 체계 짜야

날씨가 추워지면 야외 활동이 줄면서 사람들은 실내에 더 많이 머물게 된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지고 겨울에 실내서 모여 지내는 상황이 늘면, 감염자가 일시에 대거 늘어날 수 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10월에 2차 유행이 온다"고 말했다. 정은옥 교수팀은 대표적인 감염병 확산 모델인 SEIR 모형을 통해 확진자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정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국내서 거리 두기 강도를 절반으로 줄이면 10월 24일쯤 2차 대유행이 시작해 연말까지 추가 확진자 2400명이 나올 수 있다. 거리 두기를 중단하면 10월 초에 재유행이 발생해 추가 확진자는 4200명까지 나온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대구 같은 감염자 폭증 사태가 수도권에서 벌어진다면 확진자 수가 대구(6800여 명)보다 네 배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입원 병상 부족 ▲확진 후 자가 대기하다 사망 ▲중증·경증 환자 분류 지연 등 초기 대구서 겪었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대비책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해외 입국자를 차단하고 입국자를 의무 격리시키니 코로나 해외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듯이, 외국의 감염 발생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가 즉각적으로 해당 지역 입국 차단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