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실적보다 나쁘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표였다. 작년부터 이어진 D램 반도체 가격 약세가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액이 작년 1분기보다 6% 증가한 7조1989억원, 영업이익은 41% 감소한 80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4분기 대비해서는 매출액은 4%, 영업이익은 239%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 예상(컨센서스)보다 좋은 어닝서프라이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을 매출액 6조8680억원, 영업이익은 5091억원으로 예상했다.

◇서버 수요 증가로 실적 방어

1분기는 전통적으로 D램의 계절적 비수기다. 작년 한해 이어진 D램 가격 약세가 올 1분기에도 영향을 미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스마트폰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모바일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교육,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서버 확충 움직임이 늘었고 이에 따라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출하량이 증가했다. 환율의 영향으로 1200여억원에 달하는 영업외이익도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바일 고객의 수요가 줄어들었으나 서버향 수요 강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4% 감소에 그쳤으며, 평균 판매가격은 3% 상승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도 서버에 들어가는 SSD 수요가 크게 늘면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도 7% 상승했다.

128단 낸드플래시

◇두려운 2분기, 안정 경영으로 뚫는다

1분기 한숨돌린 SK하이닉스는 2분기 성적표를 두려워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2분기엔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계속 저조하며 모바일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인 비대면(언택트) IT 수요가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서버용 메모리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전망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며 모든 수요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대비해 시설투자를 작년보다 상당폭 줄이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는 등 안정 위주의 경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연말로 계획된 이천 M16 클린룸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D램 일부 생산을 이미지센서와 낸드플래시로의 전환 계획도 기존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부터 10나노급 3세대 D램 제품 양산에 돌입하고, 올 2분기 중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도 시작할 계획이다. 차진석SK하이닉스 차진석 CFO는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5G(5세대 이동통신)와 서버 중심의 성장 모멘텀이 왔을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인프라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