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또 한 번의 전운(戰雲)이 피어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내로라하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5월부터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춘 중급 스마트폰을 일제히 쏟아내기 때문이다.

애플이 4년 만에 '아이폰SE'의 2세대 제품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100만원 이하의 새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애플은 강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는 5G와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내세웠고 LG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화웨이(華爲)와 샤오미(小米) 등 중국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중급·보급형폰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AP의 애플, 5G의 삼성, 디자인의 LG

'태풍의 눈'은 애플이 지난 15일 공개한 아이폰SE 2세대다. 이 제품은 외형만 보면 전면의 물리적 홈 버튼, HD급 해상도의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등 3년 전 나온 '아이폰8'와 별 차이가 없다. 배터리 용량은 고작 1800㎃h(밀리암페어시)로 요즘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다. 카메라 사양도 전면 700만, 후면 1200만 화소로 경쟁사의 보급형 폰보다도 못하다. 55만원부터 시작하는 싼 가격이 그나마 눈에 띈다.

하지만 애플은 평범한 겉모습에 '비수'를 숨겨놓았다. 바로 스마트폰의 두뇌인 AP다. 이 제품에는 '아이폰11'시리즈에 들어간 'A13 바이오닉'이 들어가 있다. 55만원짜리 스마트폰이 170만원짜리 스마트폰과 같은 두뇌를 장착한 것이다. 덕분에 게임할 때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카메라와 5G 통신이 되는 갤럭시 A71과 A51으로 애플에 맞선다. 아이폰SE 2는 여전히 LTE 전용이지만, 삼성의 두 중급폰 모델은 모두 5G 통신을 지원한다. 갤럭시 A71은 후면에 최대 6400만 화소의 카메라 등 4개를 카메라를 배치했다. A51 모델은 최대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갤럭시 시리즈 최초의 접사(接寫·초근접촬영) 카메라를 적용했다. 훨씬 밝고 유려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사용한 것도 아이폰 SE 2세대와 차별화된 요소다.

LG전자는 다음 달 국내에 'LG벨벳'을 출시한다. 이 제품은 최대 6.9인치의 대화면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후면에는 4800만 화소 카메라를 포함 3개의 카메라가 들어간다. LG전자는 디자인에도 초점을 맞췄다. 그립감(손에 잡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전면과 후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3차원 아크(Arc) 디자인'을 처음 적용했다.

중국 기업 가세로 더 뜨거워질 경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중저가폰을 쏟아내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 교체 시기가 길어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비싼 스마트폰을 사서 3~4년씩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중국산 제품을 위시한 스마트폰 성능의 상향 평준화,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한 것도 프리미엄폰 수요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 비중이 지난 2016년 30%에서 지난해 20%로 뚝 떨어졌다"면서 "여기에 코로나 사태 이후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을 맞자 가성비를 갖춘 중급폰과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도 고사양의 중저가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샤오미는 20만원대 초저가 LTE 스마트폰 '홍미노트9S'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6.67인치 화면에 4개의 후면 카메라를 갖췄다. 30만원대의 5G 스마트폰 '홍미K30'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 화웨이는 20배 줌이 가능한 쿼드(4개) 카메라와 5G 지원이 되는 40만원대 중저가폰 '아너 30S 5G'를 최근 공개했고, 오포(Oppo)는 조만간 50만원대 5G 스마트폰 '리노 3프로 5G'를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