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남부자당' 굳어진 통합당, 따뜻한 포용을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서울 선거구 49곳 중 강남·서초·송파 3구와 용산 등 8곳에서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재정자립도 등에서 이른바 '부자 동네''종부세 벨트'로 평가받는 지역들이다. 전통적인 통합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22일 "통합당 외연이 '강남당'으로 위축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서민·노동자·여성 등을 포용하는 '따뜻한 보수'가 아니라 냉엄한 시장 논리를 앞세운 '차가운 보수' 이미지로 낙인찍혀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경제 전문가 출신 당선자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2012년 총·대선 때는 '경제 민주화' 구호로 서민들의 마음을 잡았던 통합당이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부자와 기업 편만 드는 '냉혹한 보수'가 됐다"며 "진보 진영의 '평등' '분배' 가치를 보수의 것으로 흡수·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시작 통합당 최고위 “비대위원장에 김종인” - 미래통합당 심재철(왼쪽에서 넷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의원과 당선자 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로 나왔다”며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지낸 미래한국당 윤창현 비례대표 당선자는 "보수당이 법인세 인하만 외칠 것이 아니다"라며 "법인세의 일부를 복지 예산에 연동시키도록 법을 개정해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낼수록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맹목적 성장 논리에서 벗어나 성장이 곧 복지가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장 출신 통합당 유경준(서울 강남병) 당선자는 "민주당 정권이 부동산 정책 등으로 부자들에 대한 서민과 중산층의 분노를 유발하고 '갈등 투표' 양상으로 갔기 때문에 참패한 것"이라며 "그런데 (황교안 전 대표가 내건) '민부론(民富論)'에는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확충할지 등이 미흡했다"고 했다. "중산층까지 고용 불안 등을 느끼는 상황에서 '성장만이 진리'라고 말하니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통합당 윤희숙(서울 서초갑) 당선자도 "현 정부가 노조 표를 의식해 강성 노조를 옹호하고 최저임금 역시 무리하게 올리는 등 경제마저 정치 논리로 좌우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민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건 그만큼 야당의 경제 정책이 지향이 없고 무능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통합당이 시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진보적 경제 담론도 일부 끌어와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가 한국식 건강보험의 기틀을 놓았다고 '과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현재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할 경제적 비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의 지론인 경제민주화가 대표적이다. 김 내정자는 "세계 최초로 사회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사회의료보험, 연금 제도를 만든 것은 (민주국가의 좌파 정권이 아니라) 독일 제국의 재상 비스마르크였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이 보수 정치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을 지낸 한국당 한무경(비례대표) 당선자는 "요새 유권자들에게 '우리 때 쌀 없어서 굶었다'고 하면 '라면 끓여 먹지 그랬어?'라고 한다"고 했다. 한 당선자는 "특히 보수 진영은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차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 직장이 많은 이공계에 더욱 많이 취업할 수 있을지 고민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노총 출신의 한국당 박대수(비례대표) 당선자는 "'귀족 노조' 같은 프레임에 중도층은 동의하지 않았다. '노조=악'이라는 인식을 깨고, 국제 기준에 맞는 노조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 안보]

평화 없이 대결만… 反共만으론 중도층 마음 못얻어

야권의 총선 출마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미래통합당이 과거의 '반공(反共)'식 메시지만 되풀이해서는 중도층과 젊은 층의 마음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대북 정책엔 '평화'가 없고, 북한을 압박·대결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직된 대북관만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 전문가로 서울 송파병에서 낙선한 통합당 김근식 후보는 "통합당이 '애국 우파' '자유 우파' '빨갱이' 구호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며 "젊은 세대나 중도층은 냉전 시대에서나 통하는 이런 반공 이데올로기를 싫어한다"고 했다. 외교부 차관 출신인 미래한국당 조태용 비례대표 당선자는 "과거 보수는 대북 정책을 추진할 때 북한과의 교류 협력,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인도적인 협상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며 "그런데 지금은 남북 대결 구도만 강조해 보수 정당은 남북 대화를 무조건 거부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은 4·27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의미 있게 평가했는데, 야당은 '위장 평화 쇼'라고 비판만 했다"며 "국민은 통합당을 북한과 전쟁하려는 당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 비핵화, 튼튼한 안보 전략은 보수가 결코 버려선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북 전략을 국민에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한은 선, 북한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며 보수 결집의 수단으로 이용하면 정책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탈북민 출신 한국당 지성호 당선자는 "민주당이 북한 정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일 때, 보수는 탄압받는 북한 주민을 포용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