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자로부터는 ‘자발적 기부’ 형식으로 준 돈을 다시 걷어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어, 정부와 여당이 정책 변경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가운데)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변인, 오른쪽은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경감할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기로 의사를 표명한 국민에 대해 이 정신을 실현할 법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이것을 기부금으로 인정하고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가에 자기 앞으로 나오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금액만큼을 기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세액공제율로는 15%가 거론된다. 예를 들어, 소득 상위 30%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을 받기 전에 ‘기부’ 처리하면, 다른 법정기부금을 내지 않은 경우 100만원의 15%인 15만원을 세금에서 공제받게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제안되자 국무총리비서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정세균 국무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며 호응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다만 “여야가 이 같은 지급 방안에 합의한다면 수용하겠다”며 사실상 ‘미래통합당의 동의’를 조건으로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이날 오후 공개하면서 여야 합의를 압박했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작성해 지난 16일 국회에 넘겼고, 민주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총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도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여야가 모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확대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정책 변경에 따를 정치적 책임을 국회, 특히 야당인 통합당에 떠넘긴 것이다. 통합당은 총선 전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에 1인당 50만원 지급’을 약속했으나, 총선 이후에는 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