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국희 사회부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총선 일주일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를 주가 조작 혐의로, 장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그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뚜렷한 수사 진전이 없어 고발장을 제출한다"며 "훌륭한 검사님들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는 윤 총장"이라는 등 그간 최 당선자의 막무가내식 발언이 한둘은 아니었지만, 그가 윤 총장 가족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자 많은 법조인은 "코미디 같다"고 했다. 최 당선자는 2018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 그가 고발한 윤 총장 가족 혐의는 작년 7월 윤 총장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세간에 떠돌던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가장 철저하게 검증했던 장본인이 바로 최 당선자 본인이었다.

그렇다면 최 당선자는 도대체 당시 무엇을 했나. 윤 총장 의혹을 모두 검증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보고 대통령에게 임명 찬성 의견을 낸 게 최 당선자 아니었나.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윤 총장 주변 문제가 심각해 검찰 고발까지 해야 할 정도라면 최 당선자 본인의 직무유기부터 먼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

최 당선자의 '셀프 코미디'는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윤 총장 가족을 고발한 뒤 페이스북에 "한 가족(조국 가족)을 파괴했으니, 검찰총장(가족)에게 의혹이 있으면 스스로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고 썼다. 이랬던 최 당선자는 2017년 5월 청와대가 당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지명한 뒤 일각에서 '코드 인사' 비판이 나오자, "윤석열의 삶이 어디 한 자락이라도 권력을 좇아 양심을 파는 것이었더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윤 총장을 옹호했다. 이쯤 되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에 못지않게 '최적최(최강욱의 적은 최강욱)'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지난 3일에는 MBC가 의혹을 제기한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 발언 요지를 페이스북에 썼다. 채널A 기자가 취재원을 협박하며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가 창작한 소설이었다. 녹취록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MBC의 한 간부조차 이를 보고 "'최구라'의 향기가…"라고 했다.

총선 하루 전 "윤석열씨 행태가 저에 대한 지지로 폭발하고 있다"던 그는, 국회의원 당선 일성(一聲)으로 검찰과 언론을 향해 "저 사악한 것들보다 더럽게 살진 않았다"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했다. 그는 21일부터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이번에는 그가 법정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