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당, 두 집권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친여 무소속을 합친 범진보 진영 당선자는 190명인 데 반해, 미래통합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등 범보수 진영 당선자는 110명에 머물렀다. 당선자 수만 놓고 보면 정권에 대한 지지가 반대의 두 배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야 정당의 실제 득표수 차이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선거 득표는 1434만표 대 1191만표로 243만표 차였고, 득표율로는 49.9% 대 41.4%였다. 득표율 차는 8.5%포인트인데 당선자 수는 더블 스코어로 벌어진 것이다. 승자 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로 인해 수도권 121석 중 85%에 해당하는 103석을 여당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국 8.5%포인트의 득표율 차이가 실제 의석수에선 거의 두 배 차이로 나타나게 됐다. 수도권 의석수 차이는 6배가 넘지만 득표율 차이는 12%포인트다. 의석수로는 야당이 궤멸된 수준이지만 야당을 찍은 민심의 크기는 결코 그렇게 작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지는 길만 찾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졸전을 거듭했다. 당대표가 공천을 갑자기 뒤집고 n번방, 세월호 같이 민감한 이슈에 대한 거듭된 말실수로 수도권 중도층 표심을 밀어내다시피 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통합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야당을 지지했다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 국정 운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유권자 41%, 1200만표에 가까운 야당 득표 속에는 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든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이념형 정책에 대한 반대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조국 비리 같은 정권 핵심의 불법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민심이 담겨 있다.

여당 당선자들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파상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에선 "윤 총장이 직권남용을 했다" "검찰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비례당인 시민당 공동대표는 "윤 총장의 거취를 묻는다"며 사퇴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총선 승리를 정권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이겼다고 불법이 합법으로 바뀌면 법치국가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을 합한 의석수가 180석에 가까웠다. 당시 여당은 자신들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 선거 민심을 자신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해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좌충우돌했다. 그리고 3년 후 대선에서 531만표 차 대패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