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코로나 확산 속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유럽 내 자동차 생산이 하나둘 재개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멕시코 등 미 대륙은 여전히 코로나 감염 속도가 빠르고, 정부의 ‘셧다운’ 조치도 이어지면서 좀처럼 공장 재가동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더라도 수조원 규모의 고정비를 지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선 공장 가동 재개가 급선무지만, ‘코로나 시차’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러시아에선 지난 13일을 전후로 자동차 생산이 재개됐다. 울리야노프자동차공장(UAZ)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16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오는 20일부터 독일·슬로바키아 공장을 재가동하고, 27일부터는 그 외 포르투갈·러시아·스페인 공장의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생산 라인 노동자들 간의 간격은 1.5m 수준으로 유지하고, 점심시간·교대시간 등 인파가 몰리는 시점을 조정해 최대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유럽 각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실행했던 상점 운영제한 조처 등 봉쇄조치를 서서히 완화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스페인·오스트리아 등이 일부 업종의 활동 제한 조치를 풀었고, 독일·폴란드는 오는 20일부터, 스위스는 27일부터 봉쇄조치를 순차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애스턴마틴·페라리 등 일부 럭셔리카 제조 업체를 제외한 유럽 내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생산 재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체코·슬로바키아 공장의 생산을 재개했고, 아우디 헝가리 공장은 지난 14일부터, 볼보 스웨덴 공장은 15일부터 일부 라인의 생산이 재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지난 14일 G클래스 SUV를 생산하는 오스트리아 공장 문을 열었다. 다임러 측은 “20일부터 독일 함부르크, 베를린 등의 공장에서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BMW는 다음달 초 유럽 공장 가동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다른 업체의 현황을 보고 재개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 대륙쪽은 ‘셧다운’이 계속될 전망이다. GM·포드 등은 현재 공장 가동 재개를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현대·기아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요타 등은 다음달 초 공장 가동 재개 계획을 밝혔지만, 16일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뉴욕주가 ‘비(非)필수 사업장 폐쇄 조치’를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휴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령 일부 지역에서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부품 공급망을 재정립하고, 일시 해고됐던 근로자들을 다시 모아서 공장을 돌리려면 준비 기간이 적잖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는데, 3월 중순 이후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4월 이후엔 감소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자동차 딜러샵 주차장앞에 대기중인 신차들. 미국에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셧다운' 조치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생산 재개가 이뤄지더라도, 판매는 여전히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 심리 침체로 자동차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중국에서도 3월 자동차 판매가 전월 대비해선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30% 낮은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의 자동차 수요는 코로나 이전과는 아예 다를 것”이라며 “추후 수년간 수요 감소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