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이 전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된 '라임 사태', 여권(與圈) 인사 개입설이 도는 '신라젠 사건' 등 총선 이후로 미뤄놓았던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하지만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하며, 여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여당과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16일 오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모 청와대 전 행정관을 체포하고 그의 사무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했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7·수배)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동향 친구로 라임 사태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그가 김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았으며, 청와대 관련 정보를 라임 측에 전달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가 금감원이 지난해 4월 작성한 '라임 관련 사전조사서'를 외부로 유출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전조사서는 금감원이 앞으로 어떻게 해당 사건을 조사할지를 적어놓은 문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김 전 행정관 등에 대한 감찰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금감원 관련 정보가 라임 측에 전달된 것이 김 전 행정관 단독 범행인지, 청와대 또는 금감원 인사가 개입한 것인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수사가 금감원 내부와 현 정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법에선 신라젠 이용한 전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이들의 신병이 검찰에 확보된다면 수사는 현 신라젠 경영진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신라젠 비상장주식을 매각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둔 과정, 현 신라젠 경영진이 항암 후보 물질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앞두고 보유 주식을 내다 판 과정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조만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1월 검찰은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지만, 임 전 비서실장과 이 비서관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 결정을 총선 이후로 미뤘었다.

이 사건의 변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백모 전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으로 꼽힌다. 그간 검찰은 백 전 수사관의 아이폰 통화목록을 분석해 앞으로 소환 조사할 대상자를 선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이폰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백 수사관 사망 4개월 만인 지난달 말 포렌식 작업을 통해 해제됐다. 민정수석실 '윗선'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돼 '스모킹 건(핵심 증거)'로 불리기도 한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법조계에선 "검찰이 판을 크게 벌리는 만큼 여권의 견제는 거셀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황운하 전 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석열은 공수처 수사대상 1호'라고 주장했던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번 총선에 당선되면서 '선봉'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 결혼 전에 이뤄진 윤 총장 처가 의혹을 겨냥한 공세가 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총장은 '총선 결과 관계 없이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은 16일 총선 투표 후 대검 소속 검사들과 점심을 먹으며 "국민들께 정치적 중립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자. 정치적 논란이 컸던 사건에는 흔들리지 않는 수사를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