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기록적인 압승을 이끈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6일 "다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양 원장은 민주당의 단독 180석이 확정된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총선 결과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당선된 분들이 국민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난 극복에 헌신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해찬 대표의 용기와 지혜 덕분이었다. 우리 당은 오래도록 그 분의 헌신적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라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것을 영광으로 추억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17석가량 확보가 예상되는 더불어시민당 최배근·우희종 공동대표에게도 "(두 사람의) 순수와 열정도 감동적이었다"며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양 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 수립과 인물 영입 등을 막후에서 기획·실행해왔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당선 기반을 닦은 참모 그룹인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현 정권의 막후 실력자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견제의 시선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양 원장은 이날 "목표를 위해 모질게 직진만 하다 보니 당 안팎에 상처를 드린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정중히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이란 이형기 시인의 시(詩) '낙화'의 싯구도 인용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그의 야인 생활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권 안에서는 민주당의 총선 압승 일등공신인 그가 정권 후반기 좀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정권 재창출 등을 조율하는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가 이날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고 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