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5일(현지 시각) 20달러선이 무너지며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진통 끝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입으로 마무리된 글로벌 감산(減産) 합의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수요 급감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전 세계 석유 수요가 25년 동안 보지 못한 수준인 하루 2900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어떠한 감산도 이를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9%(0.24달러) 떨어진 배럴 당 19.87달러로 마감하며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브렌트유도 6.45%(1.91달러) 내린 27.69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최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 세계 차원의 감산 합의도 늘어나는 재고 부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원유 재고는 1920만 배럴이 늘었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202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IEA도 이날 “단기적인 수요 급감을 상쇄할 만한 공급을 줄일 수 있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한 주 동안의 성과는 확실한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23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오펙(OPEC) 플러스는 오는 5~6월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등 비(非) 오펙 플러스 국가의 참여를 시사하며 “전체 감산 규모는 20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며 경제 충격이 현실화되자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445.41포인트) 내린 2만3504.35로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2%(62.7포인트) 급락한 2783.36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1.4%(122.56포인트) 떨어진 8393.18을 나타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며 최근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날 나온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진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