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47석이 걸린 비례대표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들이 비례 의석을 거의 싹쓸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꼼수 논란 속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거대 양당(兩黨)의 '나눠 먹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날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에선 더불어시민당(민주당 위성정당), 미래한국당(통합당)이 많게는 40여 석을 석권하는 결과가 나왔다. 사표(死票) 방지와 다당제 정착이라는 개정 선거법(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거대 兩黨 '꼼수'로 비례의석 나눠 먹기

KBS 출구조사 예측에 따르면, 더불어시민당은 16~2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지역구 의석을 합치면 민주당은 단독 과반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의당은 4~6석, '친문(親文) 돌격대'를 자임하며 여권 지지층 표를 나눠가지려고 했던 또 다른 '비례용 정당'인 열린민주당도 1~3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범여 군소정당에 강한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침통한 손학규·심상정 - 15일 방송 3사의 총선 출구조사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개표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왼쪽 사진).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뒤 “거대 정당들의 비례 위성정당 경쟁으로 아주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오른쪽).

야권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7~21석의 비례의석을 얻을 것으로 출구조사에서 나타났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끈 범야권의 국민의당은 2~4석의 비례의석을 건지는 초라한 성적이 예상됐다. MBC·SBS 출구조사도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지지층 모두 표를 분산시키기보다는 한데 몰아주는 선택을 한 것이다.

16일 0시 30분까지 비례정당 투표의 20.8%를 개표한 결과 미래한국당(35.6%), 더불어시민당(32.7%), 정의당(8.5%), 국민의당(6.21%), 열린민주당(4.9%), 민생당(3%) 순으로 집계됐다. 방송 3사 출구조사 범위 내의 결과로, 개표는 16일 오전 8시쯤 완료될 예정이다.

◇군소정당 사실상 '몰살' 위기

민주당은 작년 말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국회법에도 없는 '4+1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이 선거법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했다. 이는 비례의석수의 일부를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하는 제도로, 정의당처럼 지역 기반이 약한 정당을 배려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범여 군소정당들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이 원했던 공수처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처리에 협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1야당(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출범시키자 민주당도 '정당방위'라며 그 꼼수를 그대로 따라 했다.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은 '의원 꿔주기' '날림 공약'으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민주당과 함께 '4+1'이라는 한배를 탔던 군소정당들이 '토사구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4+1'에 참여했던 민생당은 한 석도 못 얻거나 두 석 밑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에선 특히 "현역의원만 20명에 달하는 민생당마저 원외(院外)정당으로 내몰릴 처지가 된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떴다방' 식으로 급조된 위성정당들이 비례의석 대부분을 잠식했다"며 "다당제 취지의 개정 선거법이 적용된 첫 선거에서 그 취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역설적으로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만 남은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