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5일 밤 총선 개표에서 미래통합당에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오자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는 부진했지만, 수도권 121석 중 100석 가까운 80%선에서 압승하고 '호남 싹쓸이'에도 성공하면서 범여 의석을 180석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민주당의 단독 과반 의석 확보는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표정 관리'를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야당이 제기한 '정권 심판론'을 딛고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6시 15분 지상파 3사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회 개표 상황실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겸허한 자세'를 강조하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박광온·박주민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손뼉을 치며 "와" 하고 웃었다.

당선 스티커 붙이는 여당 - 더불어시민당 우희종(오른쪽)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의 당 개표상황실에서 신현영(비례대표 후보 1번) 후보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저희는 코로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라는 국민의 막중한 주문을 절감하며 선거에 임했다"며 "이후에도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 때문에 3석을 얻는 데 그쳤던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내에선 '최다 180석 육박' 전망에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개표 초반에는 "겸허히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경합 지역이 꽤 많아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지도부에도 '너무 들뜨지 말자'고 말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밤 10시쯤 "아직 최종 결과가 안 나와서 말씀드리기 부담스럽지만,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서울 종로에서 승리한 이낙연 위원장의 종합 상황판 사진 옆에 가장 먼저 '당선' 스티커를 붙였다. '범여 180석'이 현실화하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의 성적이 발표됐을 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에서 선전을 기대했던 일부 후보가 '경합 열세'라고 나오자 상황실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또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오차 범위 이상으로 뒤처지자 "아…" 하는 탄식이 한동안 이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산 결과가 예상보다는 나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을 이뤘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총선까지 4번을 연달아 승리한 첫 정당이 됐다. 과거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연속으로 승리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해 3연승에 그쳤다. 민주당은 "중대한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국민이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신 결과"라고 했다.

정권 후반부에 치르는 선거는 여당이 불리하다는 '정권 심판 법칙'도 깨졌다. 이전까지 4연승 전례가 없었던 것은 여당이 정권 심판론에 휩싸여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코로나 사태로 사상 초유 '비대면 총선'을 치르면서 심판 징크스가 깨졌다는 관측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안정적 국정 운영'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승리로 정부·여당이 정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실히 쥐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65%를 넘겼다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분노 투표'가 많았다는 얘기인데, 그런데도 민주당이 승리했다"며 "여권이 다음 대선까지 일방적으로 정국을 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민주당의 4연승은 '총선=심판'이라는 종전 선거 공식을 완전히 깬 결과"라며 "민주당을 확고한 제1당으로 두고 '정당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여권이 의회 권력과 중앙 권력, 지방 권력을 모두 쥐고 장기 집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